『얼어붙은 바다』. 배타고 고래잡으러 가는 해양소설이다.

의사인 주인공 섬너는 포경선의 선의가 되어 배에 탄다. 섬너는 복잡한 과거를 가지고 있고, 선과 악이 얽혀 있는 인물이다.

작살수로 탄 선원 중에는 존나게 악하고 야만적인 놈이 한 명 있다(조커나 안톤 쉬거 홀든 판사 머 그런 애들). 

게다가, 그 항해의 이면에는 선주, 선장, 일등항해사가 개입된 치명적인 음모가 있다.

야만적인 인간들, 고래사냥과 극한의 상황들, 그 이면에 음모가 도사린 이야기이며, 혹독한 환경(바다, 얼음, 냄새)에 대한 치밀한 묘사들로 가득하다. 


 내 생각에 이 소설의 장점은 솜씨좋은 정공법에 있는 것 같다. 특이성, 파격성보다는 농익은 문학성으로 승부하는 작품이다.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소설임에도 이 소설은 마치 『모비 딕』 이전에 나온 소설같다.

상당히 고전적이다. 이 소재에 딱 어울리는 주제 의식, 그에 걸맞는 전개, 충실한 묘사, 전형적인 인물 등...

그럼에도 굉장히 재미있다. 독자들이 이러한 소재의 소설에 기대할 법한 모든 장면들을 최상의 테크닉으로 모두 보여주고, 그 이상도 보여주기 때문이다.

속도감있게 읽혀 <레버넌트> 같은 헐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하면서, 고전문학 느낌이 물씬 나는 묵직한 소설이기도 하다.

주제도 『모비 딕』, 『핏빛자오선』등의 작품을 연상시키나 이 작품은 그 주제의 영역안에 자본주의를 끌어들인다. 

그런 면에서 현대의 독자들에게 의미가 있는 해양소설이 된 것 같다. (말을 좀 애매하게 썼는데 스포 피하려다보니 이렇게 씀 이해해주시길)

이 포경선 이야기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은유가 된다.


 『모비 딕』이 성서와 연결되어 상징적으로 붕 뜨는 느낌이라면, 『얼어붙은 바다』는 더욱 더 구체적이고 시적이다.

고래와 바다표범 사냥, 포경선 내의 인물들 사이의 여러 충돌, 그 다음 주인공이 경험하는 극한 상황들이 구체성을 확보하고 

욕설들, 피비린내, 바다와 혹한의 심상들은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의 감각적 표현이라 할 수 있으며, 소설에 시적인 아름다움까지 부여했다.

 독자 입장에서는 플롯의 전개를 되짚어보는 식으로 주제를 관념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각적으로 생생하게, 한 번에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뜻. 이 작품의 매력이다.


 아무래도 주인공을 제외한 인물들이 너무 전형적이라 아쉽다. 어디서 본 듯한 인물들이랄까.

물론 그런 식의 인물들이 이런 소재의 소설에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한 것 같다.


 읽으며, 아무래도 내가 죽기 전에 이 소설을 몇 번 더 읽을 것 같다고 직감했다.

요즘처럼 혹한의 겨울이나 힘든 상황이 오면 이 소설이 다시 생각날 듯 하다. 뭐 워낙 재밌어서 읽는 맛도 상당하니까.


 작품에 묘사된 눈과 얼음덩어리의 차가움, 그 빛깔이 가지는 공허, 그 위에 뿌려지는 선혈들, 그것은 의심할 바 없이 나와 현대 사회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은유일진데,

그러니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