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주말에 집에서 뭐할까, 하다가 젤 가까운 독립서점 뭐있나 찾아봤거든. PRNT라는 서점이 있더라고. 그림책 위주로 파는 독립서점이라는데 한번 구경갔다가, 재밌어보이는 책 있길래 들고왔다능.


<황금광 시대 - 근대 조선의 삽화와 앨범> 이라는 책이고 동아일보 일민미술관이랑 연계해서 나온 책 같아. 요즘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미쳐있듯이 1920~30년대에는 다들 황금에 미쳐있었나봐. 이 시절 신문, 잡지 등에 실린 삽화와 몇몇 기사, 글이 실렸는데 재밌다.


자료 대부분의 출처는 동아일보이고. 겨우 100년 전 기사인데, 아, 우리말의 쓰임새가 이렇게 바뀌었구나, 백년 전에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구나, 싶어서 유익하고 재밌어. 이런 아카이브 자료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면 좋아할 것 같아. 재밌게 본 몇 가지 소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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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 표지야. 출판사는 프로파간다 출판사인데, 프로파간다는 가끔 이렇게 오타쿠스러운 책 종종 내더라고. 나는 좋아하는 출판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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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의 전축, 턴테이블 광고인데 카피가 너무 재밌더라공,

들으면 깜작놀라 음이조하서

들면은 깜작놀라 너무가벼워

사면은 깜작놀라 값이싸거든


겨우 100년 전 광고인데, 지금 우리가 쓰는 맞춤법과는 많이 다른 것도 재밌고, 그냥 카피 자체가 재미난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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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니까 삿포로, 기린 맥주 광고도 있거든. 1920~30년대 일제 강점기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평소엔 생각 못했던 내용이라 흠칫 하면서 봤다.

무엇보다 이 시대에 술은 뭔가 만병통치처럼 광고하는데 되게 재미난 거 많다.

왼쪽 와인 광고 특히.


'당신이 약하면 약할수록 효력은 더욱 분명하다' ㅋㅋㅋㅋ 카피가 뭔가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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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맥주 광고. 맛잇다! 먹어라! 100년 전과 지금의 언어 뉘앙스는 좀 다르겠지만, 지금 세상에 보면 되게 재미난 카피가 아닌가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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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30년대 당시 모던보이 작가를 까는 글이랄까. 요즘에도 스타벅스에서만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들이 좀 있는 거 같은데, 이때도 그랬던 거 같다.

나는 글 보고 피 씨 소설가가 누구야, 하고서 피천득이 떠올랐는데 그 피가 이 피는 아니더라고. 삽화 속 소설가는 어쩐지 박태원을 닮은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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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에 파고다 공원을 까는 글. 파고다 공원은 지금도 낡고 늙은 느낌인데, 100년 전에도 이랬다는 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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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이 책을 삽화 보려고 샀는데, 제일 재미난 건 이 부분이야. 동아일보에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같은 간지로 <응접실>이란 코너를 진행했다는데, 여기에 올라오는 질문과 답이 되게 재미남. 답을 한 동아일보 기자가 누군지 몰라도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되게 열려있으면서 괜찮았던 사람이 아니었나 싶어.


책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여지껏 키스도 못해본 독붕이들도 많을 텐데, 100년 전에도 그러한 독자가 있었나봐. 키스의 가치여하를 묻는 질문에 종류가 허다해서 따지기 어렵다는 답변도 재밌네.



내가 이 책 살까말까 고민했던 딱 한가지 이유는 책의 가격이었거든. 25,000원.

근데 사서 보니까 사길 잘 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앞서 얘기했듯 아카이브 자료 같은 거 좋아하는 독붕이들에겐 추천해.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