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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를 읽었다. 초반부가 늘어지긴 하는데 중 후반부에 가면서 독자들은 이것이 일종의 인종차별에 대한 내용이라는 것을 눈치채는데, 명석한 두뇌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도 곧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전개된다.
그러면서도 그 모든 것이 애티커스(아버지)와 그것을 바라보는 딸(짐 루이스-주인공)의 시선에서 이뤄진다. 심지어 흑인 하녀조차도 평소 말할 때는 백인식 영어를 쓴다.
아이들이나 일반 독자(심지어 동양인인 우리들조차) 인종차별에 대한 시각을 달리 하고, 종국에는 눈물을 흘리며 항복하고는 역시 인종차별은 나빠 하고 박수를 치게 된다. 그러나 그게 끝이다.
이 소설은 소설로서의 미학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 첫번째 이유로는 소설의 전체 플롯이 흑인의 백인 여자 강간 사건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어떠한 인정도 없다. 심지어 첫 부분의 부 래들리와의 우정조차 후반에서 소녀가 갑작스런 공격으로부터 탈출하게 되는 원인으로서밖에 적용되지 않는다. 즉, 소설이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비어 있음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그때 당시 찍은 흑백 영화를 보고서도 알 수 있는데(유튜브에 치면 바로 나옴. 한글자막 있음), 영화가 책의 내용을 일부 각색했음에도 전혀 손실되는게 없어 보인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영화가 더 낫다고도 한다. 이런 면에서는 오히려 호밀밭의 파수꾼과는 극과 극을 달린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너무 많은 비어있음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이러한 텍스트가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도움이 되냐는 것이다.
이 책은 1960년에 출판되었으며 현재로서 60년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인종차별은 존재하며(물론 이 책으로 그런게 없어진다면 그건 책의 힘을 과도하게 믿는 사람뿐) 이 책으로 감동을 받는 사람은 백인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이유는 책이 잘못 씌였거나 아니면 사람들의 교육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다. 그건 책이 설정하고 있는 주인공-강간 가해자-이 너무도 명백하게 무고하며, 그 과정을 밝히는데 탐정같은 애티커스가 활약하며 독자도 그것을 완벽히 믿을 정도로 모든 것이 명명백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흑인이 가해진 상황에 대한 집중보다는 한 개인의 무고함에 집중하게 하여서 그 흑인이 만약 백인으로 바뀌어도 어떤 이상도 못느낄 정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책을 덮고 난 뒤에,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은 왜 미국이 흑인과 차별을 두는 시스템이 생겼는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가진 훌륭하고도 엄격한 법의 평등함에 대한 재인식과 민주시민으로서 개인을 전체로 호도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하는 것 뿐이다. 그러면서도 길가다 몽둥이에 맞는 아시아인들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책은 흑인의 권리 신장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어도, 근본적으로 사회에서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에는 실패하고 만다.
애티커스는 앵무새(사실 한국어로 하면 다른 새종임)를 놔둬야 한다고 말한다.
Mockingbirds don't do one thing but make music for us to enjoy. They don't eat up people's gardens, don't nest in corncribs, they don't do one thing but sing their hearts out for us. That's why it's a sin to kill a mockingbird.”
mockingbird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를 위해 노래할 뿐이다. 그들은 사람들 정원에서 뭘 쳐먹거나 옥수수 창고에서 둥지를 틀지 않으며, 그들은 우리를 위해 심장이 터질듯 노래할 뿐이다. 그게 왜 mockingbir를 죽이는 것이 죄가 되는 이유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앵무새가 만약 우리를 위해 노래하지 않거나, 옥수수 창고에서 둥지를 틀거나 뭘 쳐먹거나 하면 어쩔텐가?
이 물음에 대해 잘 생각해보면, 하퍼 리의 다음 작품인 '파수꾼'에서 애티커스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I read To Kill a Mockingbird [in school],” said Barnard historian Dr. Kimberley Johnson in a 2015 Vox piece on Watchman, “I was the only black person in my class, and it was a horrific experience.”
나는 앵무새 죽이기를 학교에서 읽었다. 나는 클래스에서 유일한 흑인 이었고, 그건 무시무시한 경험이었다. -닥터 킴벌리 존슨
굿b
안읽길 잘했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