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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먼저 나는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는 독붕이임을 밝혀둔다.
1984를 읽다가 문득 신앙을 갖고 있는 내가 느낀 점들을 짤막하게나마 적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서술의 묘사나 작가의 통찰, 예견 등이 담긴 참 훌륭한 책이었다. 이런 고전들을 곁에 두면 역시 책 읽을 맛이 난다랄까.
밥먹다가 급 쓰고싶어서 끼적인 두서없는 글이니 장황한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신앙을 가진 나 개인의 감정, 사견에 치우쳐 있다는 점은 조금 이해해주면 고맙겠다.
1984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우리 독붕이들도 너무나 잘 아는 부분이니 구태여 내가 더 첨언할 사항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윈스턴이 사상경찰에게 체포된 이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가 적게나마 신뢰했던 동료 오브라이언이 자신을 고문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안아주며 너의 자유의지로 당을 사랑하라는 전체의 교화 과정은 언뜻 읽다가 보면,
이것은 마치 인간 일반이 온갖 고난을 겪다 종국에는 절대자의 은혜로 돌아오는 (귀의하는) 종교인의 과정을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다고 느꼈다.
나는 이런 측면에서 조지오웰이 묘사하는 빅 브라더나 당의 존재가
종교와 그 집단을 의식하고 썼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물론 도중에 신과 권력에 대한 부분이 구체적으로 언급된다)
글에서 오브라이언은 (교육의 단계 - 이해의 단계 - 수용의 단계)를 내세워 하나씩 천천히 윈스턴의 육체와 영혼을 당과 그 이해로 채워나간다.
관자놀이에 패드를 씌우고 주사를 맞혀 뇌 속에 텅 비어버린 허전한 부분을 당이라는 집약된 일체의 신념으로 채워준다.
그는 윈스턴 스미스라는 한 인격체를 처음부터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정상으로 회복시키려 한다.
기독교 신앙은 인간을 죄인으로 규정하며 그를 구원하려 한다.
윈스턴은 처음에는 완강하게 손가락 다섯개를 거부하지만,
번갈아 반복되는 채찍과 오브라이언의 사랑을 동시에 느끼며 하나의 인격이 아닌 신념에 몰입하는 무자아의 괴물이 되어간다.
내가 소름이 돋았던 부분은 윈스턴이 침상에 누워 외마디 목놓은 이 한마디였다.
" .....조금만 노력하면 다섯개가 보일 거예요!"
이 부분은 정말 끔찍스럽지 않은가.....?
그는 이렇듯 미묘하게 태도가 바뀌어버려,
스스로 다섯개를 볼 수 있을 거라며 자신을 채근한다.
오브라이언은 아버지와도 같은 넉넉한 품으로 윈스턴을 지켜보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는 내 기준에서 가히 충격이었다는 것을 적어본다.
생각해보면 모든 맥락이 동일하게 이어져 있다.
오브라이언이 윈스턴으로 하여금 스스로 인간은 자신의 근원을 알기 원하는 것처럼 종용하며 , 회유하며 다소 엄하게 그의 영혼을 철저히 다스리는 것은
어찌보면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 인간을 추방하며, 그래도 역시 나는 너희들이 내 품에 돌아오길 원하며 , 너는 죄인이며, 회개를 촉구하며,
때로는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시련을 주며 광야에 던지기도 하며 돌아올 때에 사랑을 준다는 맥락.
신앙인으로 인격이 재구축되며 형성되는 모든 과정과 비스무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웃자고 하는 소리로 , 오웰이 단순히 인간이 만든 '종교제도'가 아닌, 그 내밀한 부분- 절대자의 경륜까지 파악하여 1984를 쓴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물론, 빅 브라더가 신을 지칭한다는 내 감상부터, 하나에서 열까지 신앙의 차원에서 글을 이해한 것은 다름 아닌 독자인 내 책임이지만 말이다)
조지 오웰의 1984는 인간이 절대자 (당) 에 귀속될 때 자연히 드러나는 특징, 거듭남.
곧 원래의 인격이 말살되어 새로운 인격으로 '거듭난다'는 놀라운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감상글의 목적은 애초에 신앙을 갖고 있는 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려는 것이므로 이쯤에서 과감하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한다.
내가 보기에 절대자는 오브라이언과 같이 가면을 쓴 분이 아니었다. 그 분은 영원한 사랑, 곧 내 아버지임을 고백하고 싶다.
공포감과 행복감을 틈틈히 교묘하게 던져주며 인간을 부려 비인격적으로 부품을 만들 듯 하는 존재가 아니다.
나는 실제로 하나님을 영접했다. 그리고 믿음을 갖고 죄와 세상의 논리에서 자유하였다. 뭐, 이것은 설득되지 않는 개인적인 체험이라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강요하면 오브라이언이 될 것임.
그러나 요컨대
교묘함의 특성과 비인간적인 개조 의식은 <--> 전인격적인 사랑의 반댓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느낀 당이 내세운 빅브라더와 ------- 절대자간의 명백한 차이이다.
당은 인간을 잡아가두지만 , 신은 그의 짐을 되려 덜어 자유하고 함께 걷자고 하며
당은 인간을 비인격적으로 대우하여 스스로 믿게끔 공포로 종용하나
신은 그가 품에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감사하빈다.
*세줄요약*
1984 갓작 /
빅 브라더는 인간을 공포로 종용하는 소수집단이 만든 신이며 제도/
그러나 믿음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전인격적인 신은 분명히 따로 실존함
재밌게 읽었음. 애초에 신을 영접했고 신의 존재를 확고히 믿는 사람이라면 빅브라더는 네가 믿는 신이랑 완전히 다른 존재가 맞지. 하지만 나처럼 신의 존재 자체를 별로 긍정하지도 않고 신의 이름으로 사람들이 저지른 개짓거리들을 싫어하는 사람은 전혀 다르게 생각할 거임. 사실 애초에 빅브라더의 세뇌 과정을 보고 기독교의 귀의를 떠올리지도 못했지만.
ㅇㅇ 긍정하지 않는 사람은 전혀 다르게 생각할 거라는 네 말 맞음. 나는 그저 신앙인의 입장에서 느낀 바가 있길래 끼적여봄
로마가톨릭/신교의 영향은 북괴 주체사상과 내부선전도 활용했음. 당장 북괴 돼지들 내부 선전화 보면 구유 등 레퍼런스 ㅈㄴ 보인다
나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