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독붕이들아
최근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몇권 읽어보았는데, 상당히 난해한 것이 내 지능의 문제인지 아니면 문학을 처음 잡한 독린이의 태도나 접근 방식의 문제인지 모르겠어서 여러 의견이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찾아왔다
내 문학 입문에 도움이 되겠다 싶은 것이라면 어떤 말이든 들을 테니 아낌없이 조언해주면 고맙겠어. 책 읽을 시간도 모자랄 텐데 여기까지 읽어준 것도 고맙게 생각함
맨 밑에 핵심 질문 있으니 밑에 주저리주저리 읽고 싶지 않으면 가장 밑에만 확인하고 댓글 달아줘도 고맙겠음
일단 난 독서 경험이 그리 적은 건 아닌데, 대부분이 비문학이거나 장르 소설, 그것도 추리 소설에 지나치게 편향돼있음
비문학은 주로 이과 쪽이고 철학 관련 서적은 읽어본 적이 없음
소설은 9할이 추리 소설임
그 외 문학이라고 할 만한 건 무라카미 하루키나 다자이 오사무 두 사람밖에 없음
(노르웨이의 숲, 인간 실격 두 권 읽음)
하여간 자만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문해력이 좋은 편이라 생각해왔는데, 오늘 문학 세 편을 읽고 매우 혼란스러워짐
처음 읽은 건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였는데, 이게.. 뭐라 감상을 말해야할지 단어를 고르기도 어렵네
마치 생각나는 것들을 두서 없이 낙서처럼 휘갈긴 것들의 조각을 모아놓은 것만 같았음
해당 작가/작품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로 없다는 내 주장을 미리 밝힘
내게 있어 글은, 문장과 문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있고 논리적으로 이어지는 것이란 말이지?
근데 이 소설은.. 앞뒤 문장 사이에 어떤 연결점이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었음
이어지는 부분이 있기도 한데,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해 끊어졌고 절대다수의 문장이 이어지지 않는다고 느껴짐
내 집중력이나 문해력의 문제일까 싶어 단어 하나하나 반복하고, 내가 똑같이 글을 따라 써보면서 흐름을 따라가려해도 도무지 길이 보이질 않아서 한 20페이지까지 읽다가 포기
다음으로는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집을 꺼내들어 판결, 변신, 시골 의사를 순서대로 읽었음
판결은 문장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는데, 급전개라고 해야하나 내용 전개를 못 따라가겠어서 알아 보니 작가의 생애와 애환이 담긴 글이더라고
그걸 알고 다시 읽으니 그런 상징적인 것들이나 작가의 고뇌가 어느정도 와닿아서, 꽤 재밌게 읽었음
다음은 변신, 이거 아주 유명하더라고
유명한 이름 값을 하는 건지 정말 걸작이었어. 중간중간 좀 못 따라가겠는 문장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었음
특히 '음악에 사로잡힌 그는 과연 짐승일까?'라는 문장이 마음에 들더라고
아무튼 구토에 좌절했다가 앞선 두 단편으로 좋은 경험을 했기에 기쁜 마음으로 시골 의사를 읽었는데
여기서 다시 좌절하게 됨
그러니까, 그.. 의사가 말이 없던 와중에 돼지 우리에서 비현실적이게도 한 남성과 말 두 마리를 발견한 것까지는 알겠음
이후 그 남성이 의사의 가정부인 로자를 겁탈하고, 의사가 무력하게 마차를 타고 출발했는데 16마일의 거리를 단숨에 이동했다는 것까지도 이해는 하겠음
그 다음에 환자인 소년을 돌보는 순간부터 도무지 모르겠는게, 소년이 멀쩡했다고 그랬다가 사실은 옆구리에 큰 상처가 나있다든지. 갑자기 저 밖에 있는 두 마리의 말이나 두고 온 로자에게 집착하는 묘사라든지. 뜬금없이 마을 사람들이 나타나 노래를 부르며 그(의사)의 옷을 벗기라고 하는 장면이라든지.. 자신은 이 아름다운 상처를 타고 났으며 그냥 자신을 죽게 내버려두라는 소년이라든지
이런 모든 것들이 하나도 머리에 들어오질 않았음;
그러니까 이 요소들 사이에 어떤 연관점이 있는 건지 모르겠더라
내용 자체는 짧아서 어찌저찌 모두 읽고 해설을 찾아보았는데, 무지에서 오는 피해와 드늦은 후회, 뭐 의사 본연의 역할 그리고 가정부 로자와의 관계에선 남성으로서의 역할도 모두 실패하고 만 주인공을 통해 인간 삶의 실존에서 오는 무력함과 두려움을 나타냈다는데...
해설을 읽고 나니 일견 이해가 되는 것도 있었지만, 글쎄 여전히 내게 시골 의사는 의문 투성이임
나는 책이나 이야기 대해선 약간의 이상한 고집이 있는데
한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그 이야기 하나에 전부 온전히 나와야한다고 생각함
그러니까 어느 작가가 쓴 어느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다른 설정이나 배경지식이나 그런 것들이 너무 과도하게 필요해선 안 된다는 거지
이런 고집은 추리 소설의 '공정함'을 제일 중히 여기는 내 성향에서 비롯됐을 건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런 의문이 떠오르더라고
내가 문학을 잘못 읽고 있던 게 아닐까?
이 의문이 떠오르자 왠지 그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인정하니 앞으로 문학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참 막막해졌음
이 태도를 고치지 않는 한은 앞으로 어떤 문학을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싶어서,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좀 더 낫겠구나 싶었지
쓰다 보니 의도치 않게 말이 길어졌는데, 내가 듣고자하는 건 그거야
문학을 읽을 때, 문학의 문장을 읽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읽어야할지
여기 문학 많이 읽고 좋아하는 독붕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문학을 읽는지 다른 사람 입장을 들어보고 싶다
또, 내가 문학을 처음 접해서 잘못하고 있던 게 있다면 무어가 잘못됐는지도 알고 싶고.
그리고 늦게 안 사실인데 여기 플로우리스트 라는 게 있던데, 그거 보면서 좀 쉬운 것들부터 차근차근 따라가는 게 좋음? 아니면 그냥 읽고 싶은 거 있으면 헤딩부터 해도 괜춘함?
*핵심 요약
1. 문학 작품 내용을 논리적으로 연결, 이해하질 못하겠는데 퍼즐 맞추듯 접근하는 건 잘못된 거?
2. 문학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시대상, 작가 생애, 등 다른 배경 지식을 많이 필요로 하는지?
3. 입문 플로우리스트 따라가기 vs 걍 꼴리는 거 대가리 깨져가며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