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이후 십 수년 만에 이문열의 소설을 읽는다.
머리가 채 여물기 전 읽은 선택이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그랬는지 이문열의 소설은 도저히 소화할 수 없다고 여겨서 그랬는지
남들 다 좋다고 하는 읽으라고 하는 권장도서는 짜증나서 읽기 싫어서 그랬는지
이문열의 소설은 밀어두었는데 독갤 개념글에 올라온 한국소설가 4인방의 면면을 보다 유독 이문열 소설만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이제라도 괜찮을까 싶어서 황제를 위하여를 샀다.
오래된 중국 고사며 인물이며 신화며 서책이며 등등의 역사 속 고전 속 이름을 끌어와서 설명하는데 이상하게 이 오래된 소설의 오래된 방식이 아주 새롭게 느껴졌다.
구판이라 아예 한문으로만 쓰인 문장하며, 단어(漢字)이렇게 쓰인 문장을 보며 괜히 아련한 향수에 젖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썼을 그 학식에도 놀라며 사실 그가 늘어놓는 이런 이름들은 넘겨도 줄거리를 읽어내는데 상관없지만 그래도 한 번쯤 따로 용어 사전을 만들어 풀이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지금은 왜 이런 소설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는지 있는데 눈에 안 띄고 못 찾은 것인지
너무도 옛스럽고 고답적이어서 오히려 더 신선하게 느껴지는 황제를 위하여
망해가는 나라에서 스스로 황제라고 칭하던 시대착오가 어쩌면 클래식은 타임리스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 작가의 뜻은 아니었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참 잘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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