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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특) 읽고 있으면 설국열차 원작이냐고 물어봄. (TMI : 설국열차의 원작은 마블사에서 나온 만화책 설국열차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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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모비 딕과 마찬가지로 첫문장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책이다.

인상깊게 읽은 첫문장이 뭐냐고 물으면 겨울에는 설국이고, 여름에는 이방인이다.

마찬가지로 첫문장의 번역을 두고 많은 이견이 존재한다.

이방인의 경우를 들면,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 민음사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까. 모르겠다." -열린책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일지도 모르겠다." - 을유문화사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 동서문화사

이렇게 다양한 번역이 존재한다.

설국의 경우에는
"한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고장이었다"- 동서문화사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 민음사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설국이었다."

등으로 나뉜다.

이런거 하나하나에 찐따마냥 왜 들러붙냐고 물어보면, 첫문장이 가져다주는 시상이 긴 여운을 그리는 작품들이라 그런다고 생각한다.

모비딕의 번역을 비틀어 보면 쉽게 다가온다.

"나를 이슈마엘이라 부르라." - 국룰
"내 이름은 이슈마엘! 잘 부탁해!(웃음)" - 씹덕
"짐의 이름은 이슈마엘이니라" - 뇌절


쨋든, 결국 논점은 설국으로 해야하냐 눈의 고장으로 해야하냐 였는데, 괜히 다른 출판사꺼 끼워넣어서 책장 망치기 싫어서 민음으로 골랐다.


그 아래로 이어지는 문장들은, 마치 내가 진짜 설국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타 있는 듯 세세하게 이미지를 전달해준다.

몇 작품 안읽어봤지만, 일문학은 언제나 부서질듯하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미문을 읽고 싶다면 일문학이 좋다. 특히나 전쟁 직후에 쓰여진 탐미주의 일문학의 경우에는 미문의 끝을 달린다.



"얼굴엔 눈부시게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었으나, 그러면서도 [그때]를 회상하는지 마치 시마무라의 말이
그녀의 몸을 서서히 물들여 가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이런 느낌이다.

모든 문장이 안개같다. 확실한 이미지를 그리기보다는 10년전에 봤던 달빛천사 같은 느낌이다.
대충 떠올려지긴 하는데 확실히 무슨 내용인진 모르겠고 아련하게 슬픈 느낌

문장의 맺고 끝음도 비슷하다.

확실히 여기까지 이 얘기고, 이제부턴 저 얘기다 라고 알려주질 않는다.
어느샌가 다른 얘기고, 어느샌가 다른 사람이며, 어느샌가 다른 장소고, 어느샌가 다른 시간이다.

몇번인가 주인공인 시마무라가 도쿄에 다녀온 듯한데, 언제 다녀온건진 모르겠다.
뭔가 뭔가 일어나고 있었는데 갑자기 3년이 흘러버렸다고 한다.
대체 언제 시간이 흘렀는 지 잘 모르겠다.


번역가는 그것이 진정한 설국의 매력이라고 한다.
확실히, 그리는 이미지나 서술의 전개가 일맥상통하는 걸 봤을 때 작가가 노리고 썼다고도 느껴진다.
모든 이미지가 안개가 뿌옇게 낀 듯이 확실하진 않은데 아름답고 소박하다.

눈의 고장으로 그려지는 배경도, 시마무라가 항상 묵는 여객도 마찬가지다.
확실히 무슨 이미지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소박하고 아름다울 것이라는 것만 알 것 같다.

서술의 전개또한 비슷하다.
요코라는, 시마무라가 유심히 관찰하는 여성과
고마코라는, 시마무라와 지내는 여성간에 삼각관계가 존재하는 것 같으나,
확실히 그래서 뭐가 뭔지는 모른다. 되게 두리뭉실하다.

모든 서술이 그렇다.
작품에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나오지만,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고마코가 몇번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나
그래서 대체 고마코한테 남자친구가 있다는건지 없다는 건진 잘 모르겠다.

"여자" 로 표현되는 사람이 몇명 나오는데, 그 여자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다.
이 여잔지 저 여잔지, 자기 아내를 지칭하는 건지...


그냥 잘 모르겠고 문장이 그려내는 모든 이미지가 아름다웠다.



사람들 눈을 의식하여 시마무라는 고마코로부터 조금 떨어져 아이들 무리 뒤로 가 섰다.

일본에 대한 확실한 이미지나 지식은 내게 없지만, 느껴진 건 "일본스럽다." 였다.

밖에서 보이는 이미지에 많은 신경을 쏟아 붓는 등장인물들의 모습들이나,
확실하게 대답하기보다는 애매하게 대답해서 스스로 대답하게 만드는 대화방식이나,
그때 그 시절의 일본은 그랬나보다 싶어진다.

그래서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이 많다.

아무도 복도에 없는 시간에만 게이샤인 고마코가 시마무라의 객실에 들르는 건지

나가다가 누구라도 만나면 왜 부끄러워하는 건지

잘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이 많지만, 그 시대의 그 나라만의 문화라고 여기는 수 밖엔 없을 거 같다.


오히려, 뭔진 잘 모르겠는데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소설 전체와 잘 어울리는 듯 하다.


발에 힘을 주며 올려다본 순간, 쏴아 하고 은하수가 시마무라 안으로 흘러드는 듯했다.

모든 순간 모든 장면이, 소설 끝까지도 한편의 긴 시를 읽은 느낌이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확실히 깨달을 순 없지만 머리 속에 떠오르는 장면들을 붙잡고 헤쳐나가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도 등장인물들이 무슨 기분인지,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확연하게 대답하기가 불가능한다.

다만 나는 미문 속에 담긴 문장들이 그려내는 장면들을 어렴풋이 보았고, 그걸 좇아 끝까지 간 듯 하다.


나니?? 미시마쿤이 셋푸쿠 해버렸다고?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자살로 자신의 삶을 마감했다.

많은 설이 존재하지만 가장 정설로 여겨지는 것은 자신을 스승처럼 따랐던 미시마 유키오가 할복으로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충격으로 자신도 따라죽었다는 것이다.

일문학은 몇 작품 안 읽었는데 읽은 작가마다 다 자살이다.
러시아와는 다른 의미로 굉장히 극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