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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 교도관의 수기(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저자

세르게이 도블라토프

출판

지식을만드는지식

발매

2020.05.15.


이 책을 읽은 감상을 쓰기 전에 꽤나 고민했다. 직전의 감상문에서 언급한, 읽고 뭔가 감상문이라고 할 만한 것을 쓸 만큼의 감흥은 없었던 책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느낀 가장 큰 원인은 도블라토프가 각 단편마다 붙인 가공의 편지가 단편들보다 훨씬 더 재밌었던 탓이다. 러시아 문학에서 수용소가 어떤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가, 수용소가 어째서 이 문학 전통에서 일종의 "특수한" 장소처럼 승격되는 것과는 달리 그저 현실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는가, 그리고 현실의 일부로서 수용소는 어떻게 공산주의 정부 하의 소련의 일부이자 전체가 되는가 하는 이야기들. 이 주제들은 참 재밌지만, 어째 이런 주제들을 그대로 따른 결과 단편들 자체는 읽으면서 별 감흥이 없었다. 말 그대로 평범하기 때문일까? 게다가 단편마다 실험적 서술들이 다소 따로 노는 감이 있다. 이런 서술들이 (거의) 안 들어가는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열두 번째 단편들이 다른 것들보다 더 좋았다. 도블라토프의 "초기" 단편들을 저 주제들을 표현하기 위해 연작 소설집 형태로 엮어놓은 탓일까 싶다. 동 작가의 <우리들의>는 괜찮게 읽었던 터라 더 아쉬울 따름이다. 내 듣기로 도블라토프의 <여행가방> 역시 이 책처럼 한 주제에 대한 연작소설 형식이라는데, 이쪽은 좀 괜찮으리라 기대해도 좋을까?



 

 

황인종의 탄생

저자

마이클 키벅

출판

현암사

발매

2016.06.30.


황인종이라는 분류가 대체 어떻게 생겨난 거고, 사람의 피부 색깔에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노란색이 어떻게 이 "인종"의 피부색을 나타내게 된 건지에 대한 분석서다. 기존에도 다른 역사서들을 보며 동아시아 사람들이 처음에는 피부 하얀 사람들로 불리다가 이제 와서는 피부 누런 사람들로 불리게 되었다는 걸 알았지만, 그 세부 과정들을 좀 더 세세하게 말해주는 셈이다. 놀라울 정도로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 편견의 형성 과정이라 읽으면서도 약간 우스울 정도였다. 어떻게 유럽 사람들이 자기들과는 전혀 다르면서도 자기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는 할 수 없던 문명을 깎아내리기 위해 노력했는지. 자기들과 외모가 닮았다는 말은 사실은 자기들과 가치 평가의 기준이 닮았다는 뜻에 더 가까웠기에, 기독교가 수용되지 않자 닮았다는 평가는 점차 수그러들고, 몽골 침략자라는 공포스러운 이미지와 그 내려가는 평가가 합쳐지며 아시아에는 황인종이 산다는 말보다 몽골인(몽골리안)들은 황인종들이다, 하는 식의 개념이 형성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골상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도 비슷하게 느끼는 거지만, 이 코카시안이니 몽골리안이니 하는 인종-특히 피부색으로 구분되는-이야기는 늘 21세기에는 걸맞지 않는 유사 과학처럼 느껴진다.



 

 

말벌공장

저자

이언 뱅크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5.01.10.


어릴 적에 뱅크스의 <플레바스를 생각해봐>를 읽고 감명 받아 동 작가의 다른 책을 찾다가 읽어보고 충격받았던 책이다. 다시 읽어보니 아쉬운 점이 좀 많다. 글이 아쉽다는 것은 아니고, 어릴 적에 읽으며 기겁할 만큼 끔찍하고 혐오스럽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새 조금 나이 들었다고 그럭저럭 재밌는 수준으로만 내려온 탓이다. "더러운" 책이라 하기에도 사실 어빙 웰시의 글들이-<트레인스포팅>이라든가-더 더럽고, 참기 힘든 수준이었으니 그냥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고 추천해줄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이 든다. (딱 한 부분만 제외하면. 구더기로 가득한 장애 아동의 뇌는 이번에도 어렴풋이 머릿속에 이미지로 남았다. 이런 것들은 꽤나 오래 가는 경향이 있다......) 그나저나, 이 일반적인 고딕과는 뭔가 조금 느낌이 다른 추잡스럽고도 정신 사나운 사이코들의 고딕함을 보니 문득 마틴 맥도나의 <필로우맨>이 떠올랐다. <필로우맨>에 대한 글을 읽어보면 이런 기괴한 느낌의 고딕성의 근원을 아일랜드 문학스러움에서 찾던데, 뱅크스는 스코틀랜드 출신이니 사실 그냥 영길리 사람들 중 특이한 사람들이라면 꽤나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종류의 축축한 감성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보니 에릭이 병원에 잡혀가기 전이나, 전화를 걸 때 입을 맞추는 시늉이나 소리를 냈던 것들이 묘하게 근친상간 코드로 읽히는데, 그저 정신병적인 묘사라고 믿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