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짤방 책장샷에는 유토피아물이 조금 있음...
우선 눈에 띄는 게 게르드 브란드베르그의 <이갈리아의 딸들>일 것 같음...
남녀의 입장이 완전히 역전된 가상 사회를 다루는 시니컬한 내용으로 널리 알려진 책이고,
연약한(?) 청소년 남학생이 어스름밤에 여자들에게 잡혀서 강제로 당하는 장면이 꽤 유명함.
그 원조라 할 수 있는 책이 옆에 꽂힌 샬롯 퍼킨스 길먼의 <여자만의 나라(허랜드 Herland)>임.
그 옆의 존 노르만 <데칼코마니 A>라는 책은 <이갈리아의 딸들>과 정반대인 엽기적인 책...
아름답고 돈과 세력 등 모든 것을 가진 지구의 여인이 <고르(Gor)>라는 별로 납치되어 끌려가고,
그 별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본 것은 무려 여자들이 나체로 묶여서 말 대신 수레를 끄는 모습임.
여자를 완전히 노예 취급하는 매우 가학적인 마초 세계를 다루는 시리즈 물로 30 편이 넘는다하고,
저 <데칼코마니 A>와 왕년에 모음사에서 나온 <지구에서 온 여자>는 [고르 연대기] 8편의 번역본임.
영미권에서는 [고르 연대기]의 내용을 실제 삶에서 실행하려고 하는 남자를 "고리언(Gorean)"이라고 부름.
- 골 때리는 건 "코리언(Korean)"과 글자 하나만 달라서... 발음에 따라 듣는이의 착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영국 미국 사람 만나서 자신을 Korean이라고 소개할 때, 첫번째 발음이 애매하면 완전히 변태로 몰릴 수 있음)
<월덴 투>도 한 때 사회과학서적으로 널리 읽혔던 제법 알려진 유토피아 건설 이야기이고,
원래의 제목이 소로의 <월든>을 계승한다는 취지의 유토피아여서 <월든 투>인 것을
한국어 번역본는 <월덴 투>로 잘못 나와서...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맵핑이 안됨.
어니스트 칼렌버그의 <에코토피아>도 한 시절을 풍미하였던 대표적인 사회과학 유토피아물이고,
번역본이 나온지 20 년 넘어서 다 잊어가고 판에 프롤로그 겪인 <에코토피아 비긴스>가 나왔음.
<에코토피아 뉴스>는 윌리엄 모리스의 오래된 유토피아물이자 사상서 - 토지 공유화 등을 주장함.
작년에 개봉한 필립 노이즈 감독의 <더 기버>는 그 옆에 꽂힌 <기억 전달자>를 영화화한 것임.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 <파랑 채집가>는 뉴베리 메달을 받은 디스토피아 소설 시리즈이고,
완벽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억을 제거하는 세계에서 기억을 유지시키고 전달하는 사람들을 다룸.
-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에서 도시 외곽을 떠돌며 책을 통채로 외우고 사는 지식인들과 유사하달까...
그 옆에 있는 책들은 너무 매니악 SF 작품들이니 패스하도록 하고...
아랫 쪽에 "헐리우드가 가장 사랑하는 SF 작가"로 불리는 필립 K. 딕(약칭 PKD)의 작품이 좀 있음.
실은 다른 쪽에 PKD의 책이 한 칸 통채로 있음... 이 작가를 좋아해서. 그건 나중에 소개하기로 하고...
위 사진에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와 <유빅> 두 편이 보이는데, 사실상 작가의 대표작 겪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는 사이버펑크 영화의 효시로 꼽히는 대표작인데,
PKD의 장편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었고, 영화가 책보다 더 뛰어남.
그래서 <블레이드 러너> 영화를 먼저 보고, 나중에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를 읽으면 조금 실망...
PKD는 장편보다 단편이 뛰어났고, 폴 버호벤 감독의 <토탈리콜>, 스필버스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비롯해서
캐서방 주연의 <넥스트>, 그 밖에 <페이첵>, <스크리머스>, <임포스터> 등 영화로 만들어진 단편 소설들이 많음.
장편을 영화화한 것으로는 <스캐너 다클리>가 있음 - 키아누 리브스 주연으로 촬영하여,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제작함.
PKD의 작품의 특징은, 작품 속에서 "우주(유니버스)"를 한 번 쯤 통채로 뒤집어 버린다는 것 - 세계관 전복이 특기임.
그 옆의 이언 뱅크스 또는 이언 M. 뱅크스의 작품들... 대부분 열린책들에서 나왔음.
이 작가는 순문학/추리 등에 해당하는 책을 발표할 때는 이언 뱅크스라고 작가 이름을 표기하고,
같은 사람이 쓰면서도 SF를 발표할 때만 항상 이언 M. 뱅크스라고 이름을 표기하였던 희한한 사람임.
PKD가 평생 소망하였지만 실패한 것이 순문학 작가로의 데뷔였는데, 이언 뱅크스는 그것을 실제로 이룬 사람임.
이언 M. 뱅크스로 발표한 SF 쪽이 더 좋음... <말벌 공장>, <다리> 등 순문학이라는 소설은 가학적이고 좀 이상함.
그 옆은 폴 앤더슨... 밀라 요보비치의 남편인 영화 감독과 이름이 같지만, 동일인물 아님.
폴 앤더슨은 SF/팬터지 쪽에서는 어마무시한 레벨의 작가이고, 그의 사위 그렉 베어도 장인에 버금가는 SF 작가임.
대표작은 <타임 패트롤> 3부작... 시간여행을 이용한 범죄가 창궐하자 이에 맞서는 경찰들의 이야기이고,
폴 앤더슨의 <타임 패트롤>은 이런 컨셉의 모든 영화, 애니메이션, 코믹스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작품.
<브레인 웨이브>는 갑자기 온 세상의 동물, 인간의 지능이 갑자기 놀랍게 좋아지는 세상을 다룬 책,
<타우 제로>는 대형 우주선에 엄청 많은 사람들을 싣고서 세대를 바꾸어가면서 우주로 나아가 외계 행성에 이주하는
"세대간 우주선" 컨셉을 다룬 가장 유명한 작품임 - 베르베르의 <나비>는 이 책의 아류의 아류의 아류의 아류랄까...
맨 윗 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책은...
알프레드 베스터의 <타이거 타이거>가 될 듯.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타이거>를 모티브로 하고, 뒤마의 <몽테 크리스토 백작>을 테마로 SF로 다시 썼음.
"마초란 이런 것이다"라고 할 수 있는 무지막지한 작품이고, 대미를 장식하는 타이포그라피가 정말 화끈하고 끝내 줌.
기욤 아폴리네르가 시를 통해 제시하였던 타이포그라피를 소설 속에서 가장 잘 구현한 작품이 <타이거 타이거>임....
같은 작가의 <파괴된 사나이>는 스탤론 나오는 영화와 제목만 같고 무관한 작품이지만, 역시 완성도는 매우 훌륭함.
여기에서도 텔레파시로 대화하는 모습을 타이포그라피로 묘사했는데... 기욤 아폴리네르가 알았다면 좋아했을 듯.
베스터는 DC 코믹스의 스토리 작가로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배트맨> 시리즈 등의 스토리를 집필하였는데,
말년에 쓴 <컴퓨터 커넥션>에서는 슈퍼 히어로의 삶을 다루고 있어서 꽤 재미있음... 미친 내용이긴 하지만.
(그래서 그 옆에 보그트의 <슬랜>을 잘못 꽂아 놓았구나 싶음... [X맨]의 원조인 책이니까...)
베스터는 <타이거 타이거>, <파괴된 사나이> 딱 두 편만 정상적이고, 나머지는 반미친 작품으로 알려져 있음.
그 옆에는 러시아-소련에서 쓰여진 SF가 조금 꽂혀 있는데... (번역 자체가 워낙 적어서)
<우리들>은 이후 조지 오웰의 <1984> 집필에 큰 영향을 끼쳤던 매우 선구적인 디스토피아 소설임.
예프게니 I. 자먀찐은 볼셰비키 혁명 이후 소련 사회에 실망하여 <우리들>을 썼는데,
거기 나오는 "은혜로운 분"이라는 독재자가 마치 저 "위대한 수령"과 느낌이 무지 비슷함.
이 작품은 스탈린의 노여움을 샀고 (스탈린은 문화 예술을 깊이 이해하고, 많이 읽고 많이 보는 사람이었음)
덕분에 작가가 당장 잡혀서 즉석에서 처형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위기에 봉착하였던 것을...
고리끼가 중간에 나서 주선하여 "국외 추방"이라는 형태로 자먀찐을 프랑스로 간신히 망명시킴.
정작 자먀찐은 "고국을 떠난 작가는 살아도 의미가 없다"며 슬퍼하다가 얼마 후 병들어 사망...
그 옆의 <종말 전 10억년>은 스뚜르가츠끼 형제의 작품 중 유일하게 한국으로 번역된 작품임.
갑자기 지구 학자들이 온갖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게 되고(폴 앤더슨의 <브레인 웨이브> 느낌이 나기도),
그것을 막으려는 외계의 세력들이 온갖 방해 공작을 걸어 온다는 이야기...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 <잠입자>가 스뜨루가츠끼 형제가 쓴 <노변의 피크닉>을 영화로 만든 것...
<물고기 인간>은 왕년에 <양서 인간>으로 나왔던 러시아 SF의 원조격인 작품인데, 좀 옛날 느낌임.
그 옆에 독일, 프랑스 SF가 좀 있는데 딱히 특기할만한 작품은 없고...
아, <혹성 탈출>은 영화 <혹성 탈출> 시리즈의 원작임 - 그냥 저냥 읽을 만한데, 영화가 더 임팩트 있음.
<80일간의 세계 일주>가 끝에 있음 - 쥘 베른의 책들은 그 뒷 줄에 죽 꽂혀 있는데 나중에 소개해야 할 듯.
빼 먹은 책 중에,
헝가리 작가 기요르기 달로스가 쓴 <1985>라는 책이 있음.
조지 오웰의 <1984>에 대한 직접적인 속편인데, <빅 브라더는 죽었다>로 나온 적도 있음.
여기에서는 윈스턴과 그의 연인이 처형되지 않고, 빅 브라더 사후 혁명의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임.
두 연인이 혁명 후 혼란 속에 결국 적대 세력에 속하여 맞서게 되는 스토리가 전개됨...
앤소니 버제스가 쓴 <1985>라는 같은 제목의 책이 또 있는데, 전혀 다른 내용임.
책 내용이나 뒷이야기들 재미지네 이런분이 문학사책 같은거 써야되는데
기욤 아폴리네르 고마운 시인이지...
덕분에 우린 소돔과120일을 만난거 쿄쿄쿄쿄쿄쿄쿄
잘 봤습니다.
이런 전문성 보이는 책장 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