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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역본 기준임.
책 자체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의식하고 쓴 작품이니만큼 읽을 때에도 몬테크리스토 백작하고 비교하며 읽게 된다.
전반적으로 읽으면서 든 느낌이 있다. 스토리도 등장인물도 죄다 화가 나 있고, 급발진 때린다.
당장 주인공만 해도 자기 입으로 영원히 생명유지장치 달아놓고 고문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고, 바로 다음 장에 우주선 급기동 때문에 (고의는 아니었지만)죽여버린다.
등장인물들의 선택은 대부분 충동적이고, 감성적이고, 날카롭다. 날 것의 감성 그대로, 정제되지 않은 강렬함을 느낄 수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프랑스의 귀족 사교계보다는 브레이킹 배드를 따라간다. 주인공이 변화되고, 그 원동력은 언제나 한결같은 분노다.
원작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냉혹한 복수자이다. 자신을 보내버린 숙적이, 첫사랑과 팔을 감고 눈 앞에 있어도 웃으면서 대접하고 뒤에서는 등에 꽂을 칼을 아득바득 간다.
반면 본작의 주인공은 뜨거운 복수자이다. 구조되자마자 바로 한 일이 자신을 유기한 우주선을 찾아서 폭탄테러를 하는 거다. 고문과 납치를 비롯해 온갖 악행을 불사하며, 자신이 당한 것처럼 구원의 손을 버린 이들에게 영원히 돌려주겠다고 고래고래 소리친다. 물론 원래 몬테크리스토 백작처럼 위장은 할 줄 알지만, 선원 신밧드나 부소니 신부처럼 뒤에서도 냉철하게 계획을 꾸미는 백작과는 달리, 그는 뒤에서는 분노의 화신이다.
그 증표가 얼굴의 호랑이 무늬다. 화낼 때마다 문신당했던 혈관이 터져 빨간 줄무늬가 나오는 얼굴. 분노할 때마다 드러나는 호랑이 무늬 때문에 여러가지 곤혹스런 일이 생긴다.
중반까지가 등장인물이 폭주하는 단계라면, 후반부터는 작가가 폭주하기 시작하는 단계다.
솔직히 마지막 40장은 저자가 LSD 빨고 쓴 것 같다. 공감각으로부터 시작해서 종교적 체험인지 마약 체험인지 구분 안 되는 아득한 단계.
그런데 그 폭주 끝에 도달한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 인상 깊다. 거기서 그는 보리수 나무 아래의 부처고, 달빛 아래 계시받은 무함마드고, 성전을 정화하는 예수다. 인류에게 불을 나눠주는 프로메테우스다. 분노가 아니라 계시에 사로잡혔고, 계시 내린 신은 자기 자신이다. 복수를 내세우기에는 너무 높고, 고결하고, 초월적인 단계에 그가 들어선다. 세속의 부와 명예와 권력으로 자신을 회유하는 이한테, 복수보다 강한 신념에 의지해 모두가 깨어 생각하기를 광야에서 외치는 선지자이다.
어떻게 풀었는지는 이해가 안 되는데 답은 정말 아름다운 수학문제를 보는 기분이다. 개연성을 주장하기에는 아스트랄할 정도로 벗어났는데, 그게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복선도 빈약하고. 이성적 논리도 있지만 감성에 집착하는 느낌이 강하지만, 순수한 감정의 폭발이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잘 쓴 소설이라고 부르긴 어렵겠지만, 기억에 남을 소설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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