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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B. 슬레지라는 2차대전 참전용사가 쓴 전쟁수기인 <태평양전쟁>을 읽었다.
미해병대로 자원입대하여 정예부대에 박격포병으로 배치되어, 펠렐리우와 오키나와 전투에 참전한 경험담이다.
미드 <퍼시픽>의 원작이기도 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생생함이다.
첫 상륙작전의 긴장과 공포,
서로 물러날 곳이 없는 코딱지만한 산호섬에서의 전투,
나뒹굴어 썩어가는 시체들과 구더기들
아직 살아있는 일본군인의 입에 총을 쑤셔박아 금니를 꺼내는 일이 비일비재한 비인간적인 행위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는 참상,
무능력하고 또라이같은 신임 지휘관
결국 소모품에 불과한 보병들
2달 내내 비가 오는 진창 속에서 벌인 섬멸전
결국 멘탈붕괴가 오는 전우들
뭐 이런 것들이 정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파시스트가 조국을 침공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애국심을 가지고 자원입대했지만,
전장 속에서 그가 바란건 그런 거대 명분이 아니라 생존과 무사귀환 뿐이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혹은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올바른 방향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인생을 조감도를 보듯이 조망해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지만,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일 뿐이고,
우리는 그저 하루하루 생존해 나갈 뿐이다.
물론 그러다 오로지 물질적으로 더 나은 생존이 목적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하지만 설령 우리가 우리 인생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한들, 사실 뭐 별로 달라지는 일은 없을테다.
미드에서 유진 불쌍하더라. 파리도 못 죽이던 청년이 뭣도 모르는 갓양녀가 입 한번 잘못 놀렸다고 피꺼솟하는 걸 보니...
내가 미드는 안 봐서... 잼남?
펠릴리우 전투 묘사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 뺨치지. 은근히 야스 장면도 많고.
산다
전쟁물 관심있으면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