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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적으로 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 이런 매니아가 붙는 것들은 대체로 읽었을 때 매우 좋거나 또는 매우 나쁜데, 애매하게 좋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나쁘다고 말하기도 그런 것들을 여러 권 보는 것보다는 이런 책을 보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해 집어들었건만, 애석하게도 나 또한 나 같은 사람이 멀리서 보고는 저런 이상한 사람이 좋아하는 책이라면 매우 좋거나 매우 나쁠 것이다, 하는 이야기를 들을 사람이 될 것만 같아 기분이 이상해졌다. 흔한 공포 영화의 등장인물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는데, 꼭 대놓고 건방진 여유를 부리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지금의 상황과 자신 사이에 거리를 둘 수는 있다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믿고 있다가 그 심지가 아주 간단히 꺾여버리고 패닉에 빠진 사람과 나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허나 동시에 나 같은 사람이기에 이런 책을 좋아하는 거리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책의 내용 전체가 이런 식의 말장난 같으면서도 또 읽으며 묘하게 흥미를 돋구느라 계속 읽게 되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 뿐인 탓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뜬구름 잡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고, 대놓고 그러겠다고 선언하는 듯하다면 더더욱 그러하며, 그걸 굳이 글로 읽기 위해 붙잡을 생각은 당연하게도 없다. 그러니 세상은 <어작세>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작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로 뚜렷하게 나눌 수 있으리라는 생각까지 든다.



일전 비슷한 생각을 제인 오스틴으로 한 적이 있다. 어디에서나 오스틴의 글을 명작으로 추앙하지만 정작 나로서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오스틴의 글을 읽고 일말의 매력조차 느낄 수 없었으며, 그들이 매력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에도 전혀 공감할 수 없었던 탓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며 문득 그게 궁금해져 내가 이 사람과 같은 취향이 아니면 좋겠다, 싶은 사람에게 혹시 오스틴을 좋아하느냐, 하고 묻자 좋아한다고 대답을 들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비슷한 취향인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반대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근거 없지만 뚜렷한 기준의 이론이 어렴풋이 틀이 잡히는 것 같으니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이 기쁨을 하루라도 더 유지할 수 있을 기회를 놓치고 이번에는 반례가 될 사람에게 질문을 해 대답을 듣고야 말았다. 아마도 일종의 경향성은 있겠지만, 이론이라고 할 만큼 명확한 잣대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 세상은 오스틴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들과, 매우 싫어하는 사람들과, 적당히 좋아하는 사람들과, 적당히 싫어하는 사람들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어렴풋이 이름을 들었을 때 일말의 호감을 갖고 있어 읽어본다면 아마도 좋아하지 않을까, 하고 대답하는 사람들로 나뉘지 않을까. 그 정도로 이론을 소급 적용하는 선에서 끝냈다.



<어작세>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어작세>에는 제인 오스틴이라는 이름이 갖는 모호한 사회적 이미지가 없으니 마지막의 애매한 중간 계층이 없을 뿐더러,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청기 백기 중 하나를 들듯 자기가 어느 진영인지 곧바로 가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볼라뇨가 전형적인 그런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볼라뇨를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굳이 책을 추천받을 필요도 없이 가까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로베르토 볼라뇨 저자로 검색해 나오는 책을 아무거나 집어서 처음부터 몇 십 페이지 가량을 읽기만 하면 충분하다. 그걸 읽고도 좋아할 수 있는 작가고, 그걸 읽고 싫다면 더 읽더라도 여전히 싫을 작가니까. 정영문의 다른 글들을 읽어보지 않아 그 역시 이런 작가인지는 모르더라도, 최소한 <어작세>에 한정해서는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창조주가 만드신 모든 물건의 편린에서 창조주가 드러나듯, 소설의 모든 장의 문장에서 소설 전체가 드러난다.



그러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작세>를 한 번쯤은 읽어볼만 하다고 추천할만도 하다. 그리 시간도 노력도 얼마 걸리지 않는 일이니 말이다.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다가 계속 읽고 싶으면 읽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닌 것이다. 다만 더 깊게 생각해보니, 사실 대부분의 글이라는 것들이 다 그래야 하며, 오히려 그렇지 않고 참고 읽어야 하는 것들이라는 글들이 얼마나 얄팍한지, 글 자체의 스타일 또는 이야기 중 어떤 것도 독자를 빠르게 잡아끌지 못하면서 그 뒤에는 더 무슨 득을 볼 수 있다고 보장하는 것인지, 그리고 세상에는 어째서 이런 글들이 범람하는 걸로도 부족해 이런 것이 사실은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듯한 말들이 많은지, 하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으며, 안타까움과 불쾌함으로 인해 머리가 아파와 그 이상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