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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와 장군이 같은 철학을 가져야할 때 거기에 전체주의 국가가 나타난다."
- 이병주, <그해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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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2. ~ 2021.07.05.

<그해 5월>은 5.16에서 10.26까지 박정희 정권의 18년을 다룬 대하장편으로, 이병주의 작품 중에서 가장 자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이사마의 ‘사마’는 사마천에서 따온 가명일 뿐이라고 밝혀뒀으니, 그 본명이 ‘이병주’임은 어렵지 않게 추측해볼 수 있다. 실제로 이병주는 <그해 5월>의 이사마처럼 국제신보사 신문사의 주필로 일하던 중에 필화사건에 휘말려 10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 외 다른 행적들도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그렇기에 어디서부터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픽션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제법 흥미로운 지점이다. 아마 월남전 파병을 찬성하는 글을 쓰라는 신문사의 압박을 받았던 일이나 인혁당 사건 이후 다시 중앙정보부에 잡혀 들어간 일, 김신조 사건 이후 자신도 보도연맹의 뒤를 따르지 않을까 걱정했던 일들은 대체로 사실인듯하다.

그에 비해 박정희의 애인, 김선과의 로맨스는 소설적인 허구가 아닐까 싶다. 이는 당연히 통속적인 재미를 주기 위한 의도도 있겠지만, 그 기저에는 자신을 감옥에 집어넣은 박정희에 대한 보복 심리가 반영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의 관전포인트를 다음 세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첫째, <그해 5월>은 이병주의 역사에 대한 신중한 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박정희를 비판하기 위해 쓰인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이사마는 감옥을 다녀온 이후에도 박정희를 두둔하고 변호하는 모습을 보이며, 몇몇 음모론에 대해선 아예 일축하기도 한다. 처음에 나는 이병주가 박정희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사적인 감정이 투영된 것은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 반대였다. 박정희를 최대한 옹호함으로써 이 작품은 더욱 적확하고 날카롭게 박정희의 과오를 잡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그해 5월>은 방대한 자료 인용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1, 2권에서는 혁명재판에 끌려간 자들의 공소장과 당시 본인이 기고하여 문제가 되었던 사설들을 백페이지 넘게 인용하여 다소 퍽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리얼리티를 보증하고 보다 깊은 논의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선 의의가 있기도 하다. 결국 <그해 5월>은 혁명재판 당시 억울하게 사형 당한 지식인들, 특히 언론인 조용수를 향한 애도이기도 하니까.

셋째, <그해 5월>은 ‘소설의 공간적 확대’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갖는다. 김윤식 평론가는 분단과 군부독재를 거치며, 공간적 배경이 협소해진 한국문학을 염려했는데, 이병주만큼은 예외였다. 일본에서의 유학생활, 중국에서의 학병생활, 그리고 영문학/불문학 교수이기도 했던 이병주는 여타 후배 작가들에 비해 쓸 수 있는 공간적 폭이 넓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한국의 정치와 더불어 세계정세가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사마의 친구이자 타임스 기자인 조스가 그 정보통의 역할을 맡는다. 덕분에 이 작품은 한국 사회를 더욱 폭넓은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프랑스의 대통령 드골,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과의 비교/풍자는 쏠쏠한 재미가 되기도 했다.


이병주는 철저히 저널리즘의 시각에서 소설을 쓴다. 문장이 아름답지도 않고, 약자의 아픔을 다루지도 않고, 개인의 내면에 집요하게 매달리지도 않는다. 그는 오직 방대한 정보를 통한 사회 분석, 그리고 그에 곁들인 통속적인 재미로 승부를 본다.이는 본인이 밝힌대로 소설가라기보단, 시대의 기록자에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이병주의 다음과 같은 말이 단순한 허세는 아니라 할까.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소설은 그 골짜기를 기록하리라.”

이제 행복어 사전까지 달려서 이병주 전집 도장깨기 간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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