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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두에 앞서 말할 것이 있다.

0. <해변의 카프카>의 주요 인물들 중에 머꼴캐가 없다! 

0. 해봤자 미시 엄마랑 대딸녀가 전부. 하루키는 미시 핸드잡을 좋아했던 것인가... (대충 미시마 유키오 짤. 독하하하)


1. 소설가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2. 나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3. 언제나 그러했듯 하루키는 2의 자질을 화려하게 드러낸다.

4.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동시에 진행되는 두 개의 스토리라인과, 그 속의 전혀 다른 인물들이 겪는 환상문학적인 모험담.


5. 이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이하 <세끝하원>)>을 떠올렸다.

6. 두 인물의 이야기가 병행한다는 점에서 <1Q84>도 떠오르지만 <세끝하원>쪽이 아무래도 더 와닿는다.

7. 아무래도 한 쪽의 이야기가 다른 쪽에 잡아먹히는 형태의 구조나, 추상과 모호함으로 치닿는 극도로 애매한 끝맺음 때문일 것이다. 


8. 이야기 자체는 성장 소설이다. 

9. 성장하는 인물들이 많다. 야옹이쉨들이나 조니 워커, 커널 샌더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인물이 나름의 성장을 겪는다. 단상이니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겠다.

10. 성장의 끝에는 달라진 자신과, 그로 인해 달라진 세계가 있다.

11.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에서 말했던 그거.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

12. 껍질을 깨고 나온 새들은 다양한 각자의 '현실'을 마주한다. 어떤 새는 도약을, 어떤 새는 회복을, 어떤 새는 죽음을 맞이한다.

13. 성장 소설이라고 '밝고 활기찬 미래'를 묘사하지는 않는다. 

14. 그리고 그 과정을 '희망이 이끄는 역경과 고난'으로 묘사하지도 않는다.

15. 그런 의미에서 <해변의 카프카>는 잘 쓴 성장소설이다. (cf. <아몬드>는... 절레절레)


16. 문제는 읽는 내내 어떤 종류의 '꺼림칙함'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17. 예전에 싸지른 글에서 썼던 표현인 것 같은데, "안 맞는 신발에 발을 억지로 끼워넣는" 느낌이 난다.

18. 청소년기의 소년에게 부여된 특질이나 경험이 너무 '깔끔하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19. 그 시기의 인간은 스스로 부끄러울 짓을 엄청 많이 한다. 

20. 동시에 그 시기엔 호르몬 냄새 철철 넘치는 생각과 상상도 엄청 많이 한다.

21. 그런 과정은 잘 가공되지도 잘 포장되지도 못한다... 쉽게 말해서, 좀 많이 더럽다.

22. 그런데 자기 관리를 잘 하는, 도회적인, 고독한, 멋진, 섹스 많이 하는 사람의 모습을 갖다가 15세라는 설정만 갖다붙였다는 느낌이 강했다.

23. 그 나이대의 애들 중 잘난 애가 있을 수도 있지 않느냐, 고 묻는다면 '그럴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24.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변의 카프카>가 가치있는 소설인 이유는 그 안에 활용된 메타포의 심오함 때문이다.

25. 이 깊은 감각은, 하루키 문학이 그렇듯, 작가 개인의 원숙하고 비상한 직관보다는 잘 콜라주(collage)된 '예쁜 이미지'들의 모음에서 비롯한다.

26.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비롯한 다양한 인터뷰에서 그가 밝혔듯 그는 '필요한 이미지를 꺼내서 쓰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27. 그것을 배치하는 방식에 직관이 작용한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하루키가 도끼나 똘이처럼 비범한 사상의 소유자냐고 묻는다면 꺼려지는게 사실이다.

28.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 소설은 가치가 있다. 시류에 부합하는 스타일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29. 요즘 시대에 누가 <죄와 벌>을 읽나. <달러구트 꿈 백화점>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읽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드는 당신은 훌륭한 독붕이다.)

30. 그런 방식의 소설들의 선각자가 하루키고. 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하루키는 메타포들의 연속에 일련의 흐름을 부여한다는 것.

31. '이미지의 연속'이 아니라 '메타포의 연속'이다. 둘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32. 비유하자면 '이미지'는 삼겹살집 고기고, '메타포'는 파인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다. 깊이나 파급력에서 차원을 달리 한다는 뜻이다.

33. <해변의 카프카>에 동원된 메타포들의 연속은 유효하다. 그것은 인생의 많은 문제들에 대한 고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34. <세끝하원>이 질문 한 개를 던져준다면, <해변의 카프카>는 십 수 개는 던져주는 느낌이다. 거의 국밥처럼 푸짐하게.


35. 33에서 언급한 '고찰'의 대상들 중 가장 인상깊은 것은 36이다.

36. 인간은 상실을 대하는 자세에 의해 평가된다. 

37. 다무라 카프카는 자신의 상실을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장편 소설 두 권 분량의 경험을 거쳤다. 그래서 얘는 애새끼다.

38. 비슷하게 묘사되는 호시노?였나, 작중 후반에 노인과 동행하는 청년은 노인의 상실을 꽤 빠르게 받아들이고 그의 뜻을 잇는다. 그래서 얘는 어른이다.

39. 물론 하루키 작품에서 항상 묻어나오는 작위적인 힘이 느껴진다마는, 나는 이 둘의 대비에서 그런 '질문'을 뽑아냈다.


40. 항상 그렇듯 단상은 어떻게 끝낼지 많이 고민된다. 하고싶은 말을 번호 붙여가면서 다 쏟아내다 보면 어느 순간 하고싶은 말이 동나니까.

41. 그러고보니 아까 어떤 독붕이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악령>+<오이디푸스>처럼 느껴졌다고 말한 게 기억난다.

42. 그건 좀 에바 아니냐? 라는, 수신인이 불분명한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치는 게 좋을 것 같다.

43. 무슨 느낌인진 알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