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강력한 마약



천양희



생각은 구름처럼 뿌리가 없다

생각하다 흩어진다

생각이 화근이 된 뒤부터

가끔 생각 없이 하루쯤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지나갈 수밖에 없는 것

생각 어디에 고비가 있는 것도 같다

세상에 생각처럼 강력한 마약이 있을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생각의 중독

생각하다 사람들 깊이 괴로웠으므로 웃음을 고안했고

깊이 생각했으므로 신은 죽었다고 폭탄선언한 사람도 있다

생각을 껌처럼 씹다 뱉고

생각이 우산처럼 폈다 접힐 때

생각 끝에 나는 겨우

백사장에 생각 짧은 치욕을 썼다 지웠다

한줌 모래가 어찌

하루에도 천년을 사는 생각만 할까

생각해보면

나를 살게 한 건 생각 끝에 나온 생각이다

너를 생각한 것이 나를 살렸다 시여!

생각에 기대 시를 생각해내는 밤

생각은 오늘 나의 다짐이니

생각은 나를 따르고 시를 뒤따른다

바닥까지 생각의 허리 구부리고

이제 막 시 한짐 밀고 갈 시간이다

생각에는 먼 것이 있고

나에게는 생각이 있다


-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에서, 2011 -






- 생각은 구름처럼 쉽게 흩어져버리기도 하고, 거대한 뿌리처럼 단단하고 끈질기기도 하다.

생각 끝에, "신은 죽었다"고 말한 사람도 있고, "신이 없는 존재는 절망이다"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

생각 끝에 사람들은 극과 극의 결론을 내리며, 인생관, 철학관, 등의 사상을 밀고 나간다.

한줌 모래 같은 존재가 하룻동안 천년을 사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생각은 나를 미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고, 굳건한 인간으로도 만든다.

책은 생각이다.

독서는 생각을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독서 후에, 진실로부터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우두커니 나를 세울 수 있는 생각이 있어야만 한다.

혼잡되지 않은 채, 오롯이 내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