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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근래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은 사람들의 공감을 잘 사지 못하는 것만 같다. 이 속담에 부합하는 인물이나 상황을 머릿속으로 떠올린다면 왜인지 2020년대가 아닌 최소 수십 년 전에 성공한 인물과 상황이 연상되며, 그마저도 희미하고 힘겹다. 물론 오늘날에도 새로운 발상과 과감한 투자로 성공을 거머쥐는 사람들은 쉴 새 없이 등장하고 있으나, 이들의 성공은 피나는 노력과 열정으로 빚어냈다기보다는 수저 색깔이나 강운에 편승했다는 인상이 강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추레한 맨바닥에서 극심한 고초를 견뎌낸 끝에 성공한다는 인물상은 적어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는 한강의 기적과 동시에 종적을 감추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스이펑의 천진팡은 없다』에 수록된 여러 단편 작품들을 볼 때, 현재의 중국에서도 기적적인 신분 상승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것이 작품들의 기저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이펑의 단편소설에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은 대개 사회의 하층민 내지 소시민들이며, 그들이 품은 소망들 역시 너무나도 소시민적이다. 귀족층에 한 발 걸치려 인생을 던져가며 발버둥친 천진팡을 제외한 모두가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이며, 그 천진팡마저도 상류층에 합류하겠다는 자신의 야망이 산산조각 나는 결말을 맞이한다. 천진팡의 몰락은 천진팡과 직접적인 교류를 쌓던 기존의 상류층들은 여전히 건재했다는 사실과 상당히 대비된다. 그녀는 그야말로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 다리가 찢어진다라는 속담의 전형을 살았다.



 열정적으로 귀족층에 오르려 발버둥 치다가 기존의 위치로 추락한 천진팡과 기존의 꿈이자 전부였던 바이올린을 포기하고 그냥저냥 살아가는 ’, 다른 남자와 상상 연애하는 것을 남몰래 즐기는 유부녀, 연습실을 같이 사용하는 여자의 흉터를 확인하고 그녀와 거리감을 유지했어야함을 통분하는 바이올린 연습생, 각각 돈, 지식, 쾌락을 숭상시하는 남자들과 이 남자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알면서도 내색하지 않은 활발한 여자, 후미진 동네에서 그냥저냥 깡패 생활을 하며 만족하는 이와 청산한 이, 특종을 명목으로 다른 사람을 가볍게 해치는 기자들 등이 이 단편집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인물상들이다. 천진팡은 없다』의 등장인물들에게서 포부와 큰 뜻을 찾아볼 수 없는 대신, 작은 상상과 소망에서만 그칠 수준의 욕망과 그 욕망마저 너무나도 쉽게 좌절되는 현실을 너무나도 쉽게 번갈아가면서 관찰할 수 있었다. 큰 고난에 거리낌 없이 맞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리고 맞서 싸운 소수들 중에서 끝내 성공을 거머쥐는 사람들은 더더욱 드물다. 이는 영웅담이 우리 평범한 사람들에게 지극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우리는 고난을 이겨내기는커녕, 고난에 맞서 싸우기로 선택하는 것조차도 버거우니까.



 모 유명 교수는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을 두고 모두가 용이 될 수는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용이 되지 못한 사람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라는 의견을 SNS에 피력했던 적이 있다. 이 발언인과 발언인의 가족들은 전형적인 상류층에 해당하는 이들로, 용의 입장에서 용이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 용이 될 필요가 없다라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가 있다. 이 발언과 발언인 사이의 연관성을 논하는 것을 뒤로하더라도, 저 메시지 자체는 상당히 곱씹어봄직하다. 당연히 모두가 용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다수가 분수에 맞게 살더라도 그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사회를 만들자라는 의견은 누군가가 용이 되기 힘든 현실이더라도, 상상에서나마 한 번쯤 용이 되어보려는 꿈의 나래를 펼칠 기회마저 부정하는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다. 분수에 맞게 산다는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천진팡은 없다』의 등장인물들처럼 분수에 맞는 소망만을 품는다는 이야기이기에. 현실의 벽을 실감하는 것과 현실이라는 선으로 한 사람의 생활권을 긋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