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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 우크라는 작가가 있었습니다.
1980년대 날렸던 미니시리즈 <전쟁과 추억> 의 원작자입니다.
한국 TV에 방영되던 제목은 <전쟁과 추억> + <속 전쟁과 추억>이었지만,
원작 소설은 <전쟁의 바람> + <전쟁과 추억> 연작입니다.
한국어 번역본은 <전쟁의 바람>만 안정효 선생에 의하여 완역되었고, 속편은 출간되지 못했죠.
허만 우크는 1951년 <케인 호의 반란>으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영화 <파인딩 포레스트>에서는 은둔 작가 포레스트가 1951년 퓰리처상 수상자로 나오는데,
실은 그 해 퓰리처 수상작가는 다름 아닌 허만 우크였죠)
      
허만 우크 같은 작가 모르고 살다가, <하얀 전쟁>을 읽게 되었습니다.
하얀 전쟁 중에는 작가 안정효가 출판사 편집부에서 경험한 일화가 가감없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중에 1980년대 중국 이야기가 나오면서 허만 우크의 <전쟁의 바람>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실은 "베이징"이라고 하니까 한국 사람이 못알아 듣는 대목도 지금 다시 보면 좀 깨죠)
    
이래저래 궁금해져서 <전쟁의 폭풍>이라는 표지를 달고 나온 <전쟁의 바람>을 사 읽었습니다.
안정효 본인이 직접 번역한 책이었고, 2차 대전을 다룬 어떤 소설보다도 박력과 재미가 있었습니다.
서사다운 서사가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 해군장교로서 외교업무를 수행하는 빅터 헨리 가족이
2차대전의 한복판에서 전쟁을 경험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사무치게 와 닿았습니다.
이후 속편 <전쟁과 추억>이 30 년이 지나도록 영영 번역되지 못한 것은 유감이었죠.
안정효는 권말 해설을 길게 쓰는 편인데, <전쟁의 바람>말미에 허만 우크는 본래 유머 작가였다고 밝히면서,
대표작 <시티 보이>는 "미국판 얄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서점들을 뒤져 찾아낸 책이 <도시에서도 나무들은 자란다> = <시티 보이> 번역본이었죠.
허만 우크에 대한 기대도 있었고, 조흔파 선생의 <얄개전>을 너무나 좋아했기에 기대치는 올라갔습니다.
게다가 번역자도 개인적으로 아주아주 선호하는 황보석 선생이었습니다
(이분 번역으로 아주 즐겁게 읽은 책은 <석기시대의 여자 아일라>, <백년보다 긴 하루> 등이 더 있었죠)
실제로 읽어보니 안정효 선생이 <얄개전>에 비견하였던 것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책 읽기 전에 이빠이 올라갔던 기대치를 충족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즐거운 작품이었죠.
어린이 - 청소년 대상의 소설이었지만, 더할나위없이 신나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얄개전>의 나두수와 <시티 보이>의 허삐 북바인더 이들은 가장 즐거운 독서 체험의 주인공이 되었죠.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기분이 좋았던 것은,
왠지 정감어린 표지 그림과 책 곳곳의 삽화가 참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딱히 노련해 보이는 삽화가의 그림도 아니었고, 왠지 서툰 구블구블한 선도 간혹 등장했지만,
그래도 책의 요점을 잘 잡아내고 명랑한 분위기를 돋우는 면이 있었습니다.
내용 못지않게 삽화가 참 마음에 들었던 책이 몇 있는데,
그 중 제 마음 속에 수위를 차지하는 책이 <도시에서도 나무들은 자란다> = <시티 보이> 번역본이었죠.
    
나중에 세월이 흘러흘러....
그 좋은 삽화를 그렸던 사람이 개그 만화로 인기를 얻으며 한 시대를 풍미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웹툰이 대세가 되면서 10 여년의 전성기를 마치고 고전하는 모습도 보고 있죠.
<도시에서도 나무들은 자란다>의 삽화는 만화가로 데뷔하기 전에 대학생 알바로 그린 것이었습니다.
웹툰의 시대에 다시 인기 만화가로 부활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은 삽화는 계속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삽화를 그린 사람은 <황대장>, <시민 쾌걸> 등을 그린 김진태 화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