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목사님
기형도
읍내에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
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보고 있었다
자전거 짐틀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 보이는
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실려 있었다
교인들은 교회당 꽃밭을 마구 밟고 다녔다, 일주일 전에
목사님은 폐렴으로 둘째아이를 잃었다, 장마통에
교인들은 반으로 줄었다, 더구나 그는
큰 소리로 기도하거나 손뼉을 치며
찬송하는 법도 없어
교인들은 주일마다 쑤군거렸다, 학생회 소년들과
목사관 뒤터에 푸성귀를 심다가
저녁 예배에 늦은 적도 있었다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집사들 사이에서
맹렬한 분노를 자아냈다, 폐렴으로 아이를 잃자
마을 전체가 은밀히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에 그는 우리 마을을 떠나야 한다
어두운 천막교회 천장에 늘어진 작은 전구처럼
하늘에는 어느덧 하나둘 맑은 별들이 켜지고
대장장이도 주섬주섬 공구를 챙겨들었다
한참 동안 무엇인가 생각하던 목사님은 그제서야
동네를 향해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저녁 공기 속에서
그의 친숙한 얼굴은 어딘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서, 1994 -
- 기형도의 시들은 무서우리만치 서늘하고 예리한 깨우침을 창처럼 우리 가슴으로 던진다.
진실이 미움을 받고, 왕따를 당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예리하게 지적하기 때문이다.
소설처럼, 또는 잘나가는 신문의 글처럼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잘못을 읽을 땐 공분하다가,
그 지적이 자신에게로 향할 때는 분을 참지 못하는 기형적인 사람이 있다.
더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도리어 지적한 상대방을 더 나쁜 놈으로 만들어버린다.
기형도는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고 목사의 입을 빌려 말한다.
마찬가지로, 독서가 책을 읽는 행위로만 끝나버리고
자신의 생활에 아무런 선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독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을 머리 위로 지나가는 구름에 불과한 것이리라.
많이 아는 나쁜 놈이 될 것인가, 적게 아는 착한 바보가 될 것인가.
진정한 독서는 많이, 정확히 아는, 좋은 인간이 되는 것에 수렴해야 하는 것이리라.
아 이 시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