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베는 것을 바라보며

                             백거이

농가는 한가한 날이 드물지만,

5월에는 사람들이 배나 바빠진다네.

밤사이에 남풍이 불어오니,

보리가 누렇게 밭두렁을 덮었다네.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대그릇에 담은 밥을 이고가고,

아이들은 병에 담은 국을 들고,

줄지어 밭으로 음식을 가지고 가는데,

장정들은 남쪽 언덕에 있다네.

발은 여름날 흙의 열기로 찌는 듯하고,

등은 염천의 햇볕으로 타는 것 같은데도,

뜨거운 줄 모르고 힘써서 일을 하며,

다만 긴 여름 해를 아까워하네.

또 가난한 여인네가 있는데,

아기를 안고 그 옆에 잇네.

오른손은 떨어진 이삭을 잡고 있고,

왼쪽 팔에는 낡은 광주리를 걸고 있네.

그들이 서로 돌아보며 하는 말을 들으니,

듣는 이가 슬프고 가슴 아프구나.

집과 밭은 세금으로 다 써 버리고,

이렇게 이삭을 주워 주린 배를 채운다고 하네.

지금 나는 무슨 공덕이 있어,

농사나 양잠을 하지 않는 것인가?

녹봉으로 300석을 받은 관리는,

연말에도 남아도는 식량이 있는데,

이것을 생각하니 스스로 부끄러워서,

하루종일 잊을 수가 없구나.


예나 지금이나 빈부격차는 커다란 문제였군.

혁명이 가난해서라기보단 부의 불균등 땜에 터진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