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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자는 기어를 중립에 놓고 사이드브레이크를 당겼다.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발에 힘을 빼자 몸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여자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광역버스가 여자의 차 옆에 있었고, 버스에는 어느 외국 소설가의 책 광고가 붙어 있었다.
"누군가의 하루를 이해한다면 그것은 세상을 모두 아는 것이다."
주름이 곱게 진 서양 작가의 얼굴 위에 커다란 명조체로 광고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다. 화제의 신간이라 했고, 원작이 출간된 나라에선 백만 부 이상이 팔린 책이라고 되어 있었다.
2. 이젠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지 않아. 일이 끝난 후 커튼을 젖히고 뜨락을 내려다보는 나를 향해 힐끔 지나치는 말처럼 내뱉곤 했지만 나는 그 말 속에 포함된 의미를 재빨리 계산해내곤 했다. 그의 눈초리에서는 조바심 같은 게 뚜렷이 느껴져오고 이미 남색의 번득임은 사라져 있었다. 확실히 그는 내게 기대왔고 그것은 비틀거림으로 표현되었다. 술을 먹으면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정수야, 높은 곳으로 가자.
나무엔 물이 오르는 계절이었다.
3. 우리 집에 강도가 든 것은 공교롭게도 그날 밤이었다. 난생 처음 당해 보는 강도였다. 자꾸만 누군가 내 어깨를 흔들어 대고 잇었다. 귀찮다고 뿌리쳐도 잠자코 계속 흔들었다. 나를 깨우려는 손의 감촉이 내 식구의 그것이 아님을 퍼뜩 깨닫고 눈을 떴을 때는 빨간 꼬마전구 불빛 속에서 복면의 사내를 보았다. 그리고 똑바로 내 멱을 겨누고 있는 식칼의 서슬도 보았다. 술 냄새가 확 풍겼다. 조명 빛깔을 감안해서 붉은 빛을 띤 검정 계통의 보자기일 복면 위로 드러난 코의 일부와 눈자위가 나우 취해 있음을 나는 재빨리 간파했다.
4.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 미술관이지만 한번도 들어와본 적이 없었다. 열흘에 한번쯤 입구에 새 화환이나 화분들이 줄을 섰고 그럴 때마다 유리문의 포스터가 바뀌는 걸 사무실 창으로 내려다보았을 뿐이다. 이력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한권 내볼까 하고 찾아온 대학 후배와 점심으로 청국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나니 세시가 훌쩍 지났고, 까페에서 나와 기억나는 옛 추억을 두서없이 주고받다 헤어진 곳이 이 미술관 앞이었다. 흐린 날이었다. 잿빛 구름이 곧 눈폭탄으로 터뜨릴 듯 낮게 내려와 있었다. 후배에게 손을 흔들고 돌아서는데 유리창 안에서 어떤 여자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게 보였고 그 여자가 아는 사람 같아서 안으로 들어와본 참이었다.
5. 지난번에도 그랬고 지지난번에도 그랬지만, 그가 하는 일은 방해물이 나타나지 않아도 기운을 다 털어 넣어야 끝을 볼 수 있는 작업이었다. 오늘은 흙도 전보다 단단했고, 걸리적거리는 돌맹이들도 심심찮게 나왔다. 첫 번째 돌맹이가 삽날 끝을 구부러뜨렸다. 그는 씨부렁거리며 쭈그리고 앉아 상한 날 끝을 두드려 폈다. 세 번째 돌맹이는 그의 어깨를 강타했다. 그는 어깨에 얼린 생수병을 대고 꽤 오래 마사지했다. 어깨뼈가 탈구한 게 아닐까.
6. 내가 그것들을 발견했을 때 사마귀는 이미 버마재비를 반쯤 먹은 상태였다. 나는 사마귀가 튼튼한 아래 턱을 움직이며 버마재비를 송두리째 갉아먹는 그 아슬아슬한 광경을 숨을 죽인 채로 지켜보았다. 내 눈앞에서 버마재비 한 마리가 사마귀의 몸 속으로 사라져갔다. 나는 그것에 도취되었고, 거의 현기증에 가까운 어지러움을 느꼈다. 한낮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의지를 시들게 하는 그 열기 속에서, 무한히 겨르로운 시간 속에, 괄호가 쳐진, 연속성을 상실한, 중지된 시간 속에서 그 사마귀는 유일하게 열의를 가진 어떤 존재처럼 느껴졌다.
7. 부스러기 빵 바구니 없는 대리석 식탁에서 개어진 앞치마의 줄무늬 일어나듯이 원목 의자로부터 창틀 모양으로 햇빛은 유선형 접시 그릇 테두리 상아색 두른 벽지 냄새 나는데 무슨 냄새? 베이컨 같은데 난 케일주스 그건 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아 어쩌라고 은쟁반 커피 컵 자국 끊어진 채 둥그런 손잡이 주전자 은빛 물기 마른 싱크대 차 마셔본 적 있어? 있지 당연히 어때? 괜찮아 더 설명해봐 은은하고 식은 피자맛이랑 비슷해 아니야 차는 그런 게 아니야 누군가 익사한 욕조 물이랑 비슷해 그건 더 아닌 것 같은데 빈 오븐 찬장에 그늘을 품고서 수저통 식기 서랍 식물 없이 조그만 테라코타 화분은 몇 권 책 옆에서 검은흙 색 바랜 종이 편지지 통지서 흩어진 모서리들
8. 갈매기집에서 아침을 먹고 들어갈 궁리로 잠깐 들여다보았다. 미자는 빨래를 하러 가고 없었다. 나는 바다로 흘러내려가는 찬내의 아래로 미자를 보러 갔다. 머리에 수건을 쓰고 쪼그려앉아 방망이를 두드리는 모양이 제법이었다. 그곳은 서울의 활기에서 너무나도 멀었다. 빠꿈이는 먼 데로 온 것이다. 그 여자가 비누 묻은 손으로 머리를 올리는 것이 무슨 가정주부나 된 것 같았다.
"집에 갔었다며요?"
"응. 우린 내일 모레 떠난다."
9. 나는 여인네의 거칠게 튼 붉은 뺨을 바라보면서 사과를 사버린다. 바삭거리고 오래 되고 묵은 냄새 나는 종이봉투에. 어디엔가 과수원도 있으리라. 여인은 흐린 빛의 손으로 짠 스카프로 얼굴을 반이나 가리고 있다. 차 안에서 볼륨을 한껏 높여 놓은 피아노 음악소리는 스산한 길가에까지 멀리 울려 나간다. 라흐마니노프인가. 차이코프스키인가. 아니면 슈베르트의 아르메지오네인가. 그는 너무나 많은 테이프를 싣고 있어서 그 순간에 들려 오던 것이 어느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낮게 가라앉아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이 거리와 달리 신경질적으로 한껏 높고 격렬한 파트가 연주되고 있던 순간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죽음처럼 어두운 톤으로 가라앉아 버리고 연주자는 가만히 숨을 쉰다.
10. 창문인 줄만 알았던 앞쪽의 유리창 일부가 밑에까지 움푹 패이면서 열리자 장갑낀 손이 쑥 들어오더니 턱과 뺨 위로 수염이 검실검실 돋은 운전수의 머리를 차 안으로 끌어들인다. 머리가 들어오자 잠바가 따라 들어오고 그 뒤로 호주머니께가 허옇게 닳은 낡은 고리땡 바지가 딸려 들어온다. 운전수는 자리에 앉자 한 손으로 운전륜을 잡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본다. 손님 머릿수가 작은 것이 눈에 안 차는 모양이다. 끙하고 돌아앉아서 한쪽 어깨를 기울이고 스위치를 넣더니 부르릉 발동을 건다. 삼십 분 동안이나 기다린 손님들이 오히려 미안해 해야 할 모양이다. 우리들은 왜 이렇게 수가 적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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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네시에 공개
머 아는 게 없네ㅋㅋㅋ 2번 맘에 든다 10년대? - dc App
무려 60년대
제목점 - dc App
오정희, 주자
1. 45156년대 2. 15415년대 3. 5569년대 4. 154518년대 5. 158912655년대 6.154855년대 7. 1581588년대 8.8825년대 9. 1582388년대. 10. 6974년
괘씸해서 -413515161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