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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책이지만  사실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핀란드에 가지 말았어야 한다. 시로는 그래서 도대체 왜 그런거냐?


도대체 그 남자 후배는 왜 갑자기 꿈에서 나와 사정을 받아내고는 사라졌나.


제 나름의 해석을 말해보려 합니다.





저는 하루키의 작품을 미스테리 작품처럼 읽으면 안된다고 생각 합니다


그는 퍼즐과 추리를 위해 의문을 던지지 않습니다.


일어나는 일은 일어난것이고 그걸 어찌해야 해결 할 수 있는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건과 인물 서사는 결국 은유를 위해 존재합니다.


제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계속 느꼈던 은유는 연결과 단절 그리고 영원과 변화입니다.


이걸 중심으로 이 작품을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주인공은 4명의 친구들과 고향에서 함께 다녔습니다.


작품 내적으로 이들은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서로 행복해 합니다.


모든게 제 자리에 있는것만 같은 감정 영원할 거 같은 안정감


다섯이 하나가 되었을때 느껴지는 일체감,  연결의 행복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어느 날 그룹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주인공은 쫓겨날 당시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이유는 친구 중 하나인 시로의 주장 때문이었죠


주인공이 자신을 강간했다는겁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친구들은 알았지만


친구들은 시로를 위해 주인공을 쫓아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게 시로를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 시로는 폐인이 된 뒤 살해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무엇때문일까?


그룹의 일체감과 유대감이 끊어지기 때문입니다.


더 자세히 생각해봅시다.


강간이 사실이 아니란걸 친구들이 알았다면 주인공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저 모임에서만, 시로가 있는곳에서만 주인공을 분리시켜놓고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며

사적으로는 만날 수도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완벽한 하나의 관계를 2개의 관계 3개의 관계로 쪼개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직 하나의 연결만이 있을 뿐입니다 주인공은 그를 위해 단절되었습니다.


하지만 영원에는 변하지 않음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미 주인공을 단절시킴으로써 변해버린 관계는 영원 할 수 없습니다


결국 남은 4명은 그때의 일체감을 다시는 느끼지 못하고, 시로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합니다. 






자살이 아닙니다 살인입니다. 시로가 무언가를 잘못한게 아닙니다 그녀는 강간을 당했습니다.


강간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중요한건 그녀 자신이 무얼한게 아니라 모두 당했다는겁니다.


시로라는 인물은 영원한 연결이라는건 존재 할 수 없다. 아무런 잘못과 실수를 하지않아도,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연결이 단절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사건이, 때가 찾아온다.


이것을 상징하고 있는겁니다. 







주인공은 그룹에서 쫓겨난뒤 변했습니다. 


그리고 여자친구와 후배를 만납니다 후배는 회색입니다


시로와 쿠로 흑과백의 중간에 있습니다. 


이는 과거와 변했지만 과거를 아직 내려놓지 못하는 주인공의 상태를 표현합니다.


주인공이 꿈에서 시로와 쿠로를 상대로 관계를 맺던 도중


갑자기 후배가 나와 사정을 받아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사라집니다. 


동성애를 묘사하려는게 아니라

주인공의 과거에 대한 감정과 미련을 받아내는걸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주인공은 이후에 여자친구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조언을 받아


예전 친구들을 만나러가는 순례를 떠납니다.


주인공이 미련을 벗어던지고 어중간한 회색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으니


그는 모든 역할을 마치고 사라집니다.





주인공은 순례를 떠나 옛 친구들을 만납니다. 


그곳에서 자신이 단절되어야 했던 이유를 듣고 예전 친구들의 변한 모습을 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유는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중요한건 사건은 일어났다는것이고 사람은 남겨졌다는겁니다.


단지 이는 과거의 미련을 떨쳐내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아오라는 친구는 아카라는 친구가 변했다고 표현합니다.


아카는 뒤가 구린 사업을 하며 돈을 벌고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남몰래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변한것과 변하지 않은 것 순례는 영원 할 수 없는 연결을 보여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때의 연결이 무의미 하지 않았음과 남긴것들을 보여 줍니다.





핀란드에서의 장면이 김이빠지고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이런 이유 때문일겁니다


주인공이 쫓겨나야만 했던 합리적인 이유  의문의 해결을 원한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과거와 결별하기 위한 과정으로 본다면


변한것과 변하지 않은 것의 관점에서 본다면 조금은 다르게 보입니다


쿠로는 주인공을 단절시키는데 가장 적극적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주인공을 예전부터 짝사랑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그룹이 연결이 영원하지 않음을 언젠가 변화함을 보여줬기에


연결을 자칫 부정하는것처럼 보였던 작품은 여기서 메세지가 명확해집니다.


영원한 연결은 존재 할 수 없고, 언젠간 변화하고 단절되겠지만


그렇다고해서 처음부터 연결되지 않았으면 행복할까?






주인공이 핀란드로 떠나기전 주인공은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있는것을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쿠로는 주인공에게 여자친구를 꼭 잡으라는 말을 합니다.


주인공을 사랑했지만 이어지지 못했던 쿠로이기에 가능한 조언입니다.


그렇게 주인공의 순례는 끝났고 과거와의 미련을 떨쳐냈습니다.


주인공은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여자친구에게 다른 남자와 만난 사실을 묻습니다.


아리송한 대답에도 주인공은 프로포즈를 합니다 


소설은 대답을 보여주지 않고 끝납니다.






일련의 과정에서 주인공이 깨달은것을 작품의 메세지를 한번에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여자친구는 다른남자와 관계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는 언젠가 관계가 변하고 연결이 단절될 이유 즉 시로와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례를 떠나 친구들을 보며 연결이 무의미 하지 않았음을 알게된


그리고 연결 되지 못한것의 아픔을 쿠로를 통해 보게된 주인공은, 


그런 모든것을 끌어안고 프로포즈를 건냅니다. 연결되고 싶다는 손을 먼저 건냅니다.


하지만 소설은 답을 보여주지 않고 끝이 납니다.


연결은 누구 하나만 원해서 되는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요한건 연결을 두려워하지 않는것이기 때문입니다.




변하고 언젠가 끊어질지라도 이어진다는것은 나쁜것이 아닙니다.






ps.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이렇게 감상을 써보니 역시 잘쓴 소설은 아닌거 같습니다


하루키 특유의 은유는 남아있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작품에 비해 좀 투박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