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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미나토 가나에의 <리버스>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이야기를 할려면 필요하니까 줄거리 좀 스포하겠다.
그러니까 전형적인 일본식 소심남인 주인공이 자기 생애를 통틀어서 유일하게 친구라고 느낀 사람이
동아리사람들과 다같이 놀러갔다가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그 동아리 사람들은 그 교통사고가 자신들이 그 죽은 사람이 술을 조금만 마시면 자는 버릇이 있고,
자신은 마시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게 한 뒤
운전을 하라고 강권하는 바람에 사고가 난 것이라고 생각하여 죄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그 사람이 죽은 건 술 때문이 아니라
주인공이 운전을 해야하는 친구에게 정성을 다해 타 준 커피 속에 들어있는 메밀꽃꿀 때문 메밀알레르기를 일으켜 죽었다
라는 이야기다.
소설은 우정이란, 추억이란 무엇인지 진실한 인간관계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잔잔하게 진행되다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사실 주인공 때문에 친구가 죽었다는 반전을 보여주며 끝난다.
그러니까 사실 이 이야기는 애초에 이 충격적(?)인 반전을 위해 정성스레 설계된 이야기란 말이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작품 전반에 들어나 있는 진실한 인간관계란 무엇인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의 가치가 폄하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깜짝 반전으로 독자의 재미를 주는 것이 첫번째 목표인 것은 사실이고,
그게 바로 장르/대중/상업 소설의 지향하는 바이면서, 한계이기도 하지.
만일 순문학이었다면, 오히려 그 반전이 진실한 인간관계와 인간의 죄의식,
죄를 지은 자는 자신의 행위를 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아니 애초에 이미 저질러진 자신의 죄악을 뒤에 바로 잡는 것이 가능은 한 것인가와 같은
보다 심원적이고 다층적인 주제에 대해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거기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부분이 이야기를 시작해야 되는 부분이 되었겠지
라는 어설픈 생각을 뒤늦게 해보았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읽고 있는 테드창은 확실히 순문학(?)에 가까운 작가라는 느낌을 받는다.
PKD 사후에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이름 높은 거장이지만, 생전에 순문학 작가로 데뷔하고 싶어서 많은 순문학 소설을 썼지만 단 한편도 제대로 출판하지도 발표하지도 못함. 마리오 푸조도 순문학 쓰다가 배고파서 장르 소설가가 되었고, 모리스 르블랑도 순문학 쓰다가 인정 못받고 뤼팽을 쓰는 장르 작가가 됨. 순문학 아무나 하는 거 아님
오호 서양도 나름 순문학의 허들이 존재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