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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만 보면 이 소설은 극단적인 정보 과잉 소설이지만 막상 캐릭터들의 행동 대부분은 감정에 기반을 두고 있단 말이지
소설 내의 주요 갈등도 가족 간의 감정 다툼이 주 요인이고,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가족에 대한 뒤틀린 감정이 자기들의 삶을 이끌고 끝내 파탄에 이르게 했던 거 같고
(특히 첫째 가족네 이야기는 첫째를 수식하는 각종 신경의학적 용어들과 이를 교묘히 이용하는 아내와 자식들의 언플에 감정 과잉으로 길길이 날뛰다 추락하는 스토리였고)
(이니드의 주요 갈등도 시대도 고려 안한 채 자기 감정만 표출하다 혼자 실망하기 일쑤였을 뿐이고, 알프레드도 가족에 대한 자기 감정을 꿋꿋이 지키는데 각종 외부 정보들에 가려 보이질 않으니 주변인들 분통만 키우고)
소설 중간에 등장하는 약물은 인간을 상시 행복한 상태로 유지시켜 잠깐의 고통을 잊을 수 있게 하는데
결말에 마치 이 약을 빤 것처럼 행복해하는 이니드를 보면 가족이 해체되고 상호 간의 감정 다툼도 사라지고 정보 과잉에 녹아들어 행복해진 걸 그려낸 건가 싶기도 하고
정리하면 정보 과잉의 사회에서 구시대적인 감정을 붙잡고 서로 다투고 부대끼며 살아가던 가족이, 끝내 감정을 폐기하고 정보 과잉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소설 아닐까.
결국 아빠 격리하고 구세대의 가족이 해체되니까 다들 행복해졌잖어. 근데 이건 읽은지 좀 되서 애매하다. 암튼 약간 카프카 변신 결말 느낌 받았었음.
결국 인생수정이라는 제목의 의미도 미국인의 근간이던 청교도적인 삶을 수정했다는 의미라 생각
이렇게 자주 생각나는 거 보면 재독할까 싶기도 한데 첫째 가족네 서사는 너무 읽기 너무 고역이라 안 읽고 싶고 나머지 작품들은 그닥 안 땡기고...
프랜즌이나 매큐언이나 스턴, 디드로를 본받을 것이지 왜 묘사 과잉 19세기 소설 따라가서 쓸데없이 섬세한 묘사로 독자 고통받게 하냐고 ㅡㅡ
나는 이니드가 마침내 안정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음. 알프레드는 오래된 2인용 소파를 계속 언급하면서 수리하는 과거지향적인 병자인데 반해 이니드의 엔딩은 미래지향적이잖아? 결국 정보과잉 사회 속에 녹아들기 위해 '교정'이 가해진 가족 이야기인 듯, 그 과정에서 큰 마찰이 일어났지만.
ㅇㅇ 근데 그 녹아듦을 고전적 가치를 폐기하고 나아가는 멋진 신세계식 전개로 볼지, 드디어 행복을 찾은 안정적인 결말로 볼지는 사람마다 갈리겠다 생각
기억이 가물가물하긴한데 이니드가 마약 먹은 거 반성하고 끊었다..이런 류의 문장 있지 않았나? 아무튼 난 진정한 행복을 찾았길 바람. 이니드 할머니가 좀 편안했으면...읽으면서 좀 안쓰럽더라
그 뒤로 마약을 찾진 않았던 거 같은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삶 자체가 마약 먹은 상태처럼 된게 아닐까 싶어서... 뭐 내가 너무 삐뚤어진 걸 수도 있고 ㅋㅋㅋ
그래도 어쨌든 이니드 가족은 미국 백인 중산층 가정이니까, 삶이 크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음. 추락했었지만 반등할 여지는 충분히 있는 ㅇㅇ
정보가 아니라 인물 감정을 메인으로 한 작품이란 걸 극명하게 알 수 있는 게 후속작인 자유랑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음. 자유에서 인물 감정을 어정쩡하고 납득 안가게 처리하니까 정보과잉이라는 단점이 확연히 드러나자나. 인생수정은 정보과잉을 잊을 정도로 인간 군상이 생생했거든. 그 다음 후속작인 순수는 다시 제대로 돌아왔다던데 자유에서 실망해서 선뜻 읽을 생각이 들지 않음
읽는다면... 순수... 메모...
나도 순수가 자유보다 훨씬 낫더라. 자유는 그래도 인생수정에 비해 미시적인 부부의 세계를 그린 점이 마음에 들었는데 극후반부가 좀 무리수였음. 순수는 그런 점을 보완했는데 엔딩에서도 개연성 챙기고 떡밥 마무리하려는 노력이 보이더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