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디오니소스의 망치로 무장한 철학자였는데, 그 디오니소스라는 것은 본능, 무질서, 비합리 같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어 이성, 질서, 합리 같은 것들을 중시하는 아폴론과 정반대임. 포스트모더니즘 역시 디오니소스의 망치를 사용하고 있고. 그런데 포스트모더니즘이 디오니소스의 망치를 쓰는 이유는 이성을 아예 끌어내리기 위해서였음. 그러나 <비극의 탄생>에서 니체는 이러한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의 조화로 이루어진 그리스 비극이 소크라테스 대에 이르러 디오니소스가 몰락하게 되면서 그리스 비극은 사라지고 서양 철학은 철저하게 아폴론 위주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하며, 그리스 비극의 정신이 다시 되살아날 필요가 있다고 부르짖었지. 그렇다면 과연 <비극의 탄생>에서 아폴론도 필요하다고 여긴 니체와 아폴론을 어떻게든 끌어내려야 한다고 여긴 포스트모더니즘을 그렇게까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건가? 아니면 <비극의 탄생> 이후로 니체의 철학이 다르게 바뀐 건가? 내가 이런 의문이 제대로 들기 시작한 것은, 프랑크프루트 학파의 비판 이론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임. 비판 이론 역시 니체처럼 아폴론에 잠식당한 서양 문화를 비판하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성이 잘못 다루어졌기 때문이며 진정한 이성의 역할은 사회 비판에 있다고 했음. 비판 이론은 포스트모더니즘에 비해 훨씬 온건한 입장을 취하는데, 내 생각이긴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보다 비판 이론이 니체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