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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렇게 큰 각오를 다지고 읽은 책은 아니었다.
감상문 쓸 생각도 없었고, 읽고나서 또 '다 봤다.' 글 싸고 2편 읽을 생각이었는데, 너무 개쩔어서 써야할 거 같다.
많이 얕봤다는 표현이 맞는 거 같다. 브로흐는 몽유병자들만 들어봤고, 자취방에 박혀있어서 아직 안봤고, 독붕이들이 빠는 제임스 조임스 외에는, 그래도 다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독붕이들을 위해 책소개란에 쓰인 문구를 해석해주고 싶다.
"작가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이 작품을 적었다."
뒤지게 어렵다는 뜻이다. 뒤지기 직전인 모더니즘 작가는, 정말로 지 좆대로 적는다. 해석되는 것도 신경안쓰고 더욱이나 팔릴 것은 더욱이나 신경안쓴다. 팔리든 말든 읽히든 말든 내 알바 아니고 난 이미 킬각 오지게 잡혔으니 내가 쓰고 싶은 거 쓰고 이 바닥 뜨겠다는 의지로 써버린다.
<베르길리우스의 죽음>은 단 한 문장도 쓰삐리츄얼 하게 적히지 않은 문장이 없다. 예시를 들어보자.
그는 소년에게 부탁했으나, 소년은 그를 거절했다. - 일반적인 문장
그는 무시간의 유지 속에 부탁의 언어를 보냈으나, 이는 언어의 경계 밖과 안을 휩싸는 비공간의 공허 속에 맴돌아 소년에게 닿지 못한 채, 현실의 앞뜰, 오오- 그것은 건널 수 없는 스틱스의 피안이며, 끝내 이중의 절망만을 그에게 안길 뿐이었다. - 베르길리우스의 죽음 식 표현
베르길리우스에 대한 사전지식은 딱 하나면 족하다. 많은 문학가들이 선택한 길이지만, 항상 좌절되곤 하는 유언이 있다. '내 작품을 불태워달라'
베르길리우스의 역작 <아이네이스>또한, 이러한 소각을 바라는 대상이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고, 아마 베르길리우스한테는 안타까운 일이었을 테지만 그 덕에 우리는 이를 즐길 수 있다.
브로흐는 이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2000년의 역사를 건너 여전히 읽히는 이 시를 어째서 베르길리우스는 태우고 싶었는가?
독일계 유태인으로, 나치의 치하속에 오오오오지게 킬각 잡힌 브로흐는 죽음의 피할 수 없는 운명 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감미하며 이 작품을 써내려갔고, 베르길리우스의 죽음과 자신의 죽음을 동일선상에 두고, 그러므로써 이 위대한 시인에 눈으로, 죽음, 삶, 예술, 시, 현실을 바라보았다.
<설명을 위한 조잡한 구도>
시인은 저 중간 구역에 놓인 직업이다. 시인은 천상과 현실을 매개해야하는 의무를 가진 사람이며, 이를 신과 맹약을 맺었다고 표현한다.
천상은 애초에 사람의 영역이 아니며, 시인이 되기를 선택한 순간에 현실의 문또한 닫혀 버리는데,
시인은 맹약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현실과 천상의 문을 동시에 열어야만한다.
이때문에 "이중"이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베르길리우스는 자신의 작품 <아이네이스>가, 그저 "아름다움"만을 추구했음을 깨닫고, 이중의 좌절을 겪는다. 즉 천상에 닿는 것도 실패하고 현실에 닿는 것도 실패한 채, 영원한, 어떤 한 순간에 굳어져 현실과 함께 흘러갈 수도 없는, 그저 붕떠버린 불멸만을 적어냈다는 것.
이에 베르길리우스는 생각한다.
<아이네이스>의 소각.
자신이 적은 불멸의 시를 제물로 삼고, 자신이 제사장이 되어, 현실과 천상에 기도를 올리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시인으로서 지은 파약의 죄를 갚고 싶어하는 것이다.
1장은 그나마 무난한데, 2장이 진짜 초죽음이다.
2장은 베르길리우스가 잠이 들락말락한 순간에 들어가, 시에 대한 생각을 전개하는 장인데, 정말, 끊임없는 형이상학 뇌절이라, 소설같지 않고 철학서 같다. 그런데 또 철학서라기에 애매한게... 딱히 알아들어주길 바라고 적은 것 같지 않게 모호하고, 단어를 계속해서 바꾼다.
저 구도를 감싸는 것이 꿈으로, 지각으로, 인식으로, 세계로 계속해서 변화한다.
죽한연 그 마의 17일을 좀 더 마일드하게, 250장 동안 무한뇌절을 한다.
읽다가 개빡쳐서 책에 빵꾸를 냈다.
추천은... 안한다. 읽고 싶어지는 사람만 읽길 바란다.
추천 받아서 무턱대고 읽기에는 꽤 고난스러운 작품이라, 진짜 읽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만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2권을 읽고 나서 다시 감상문을 남겨야겠다.
추신.
새벽에 신나서 몰입하고 있다고 글쌌더니 일침 박아준 윾동덕에 수월하게 읽었다. 감사하다는 글을 남기고 싶다.
그래도 다른 독붕이들은, 나처럼 무식하게 페이지를 삼키지 말고 진득하게 봤으면 한다. 지금도 좀 후회하고 있다.
-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상당히 독특하구만... 감상만 보면 꽤 재밌을 거 같은디
재밋음 ㅇㅇㅇㅇ 왜 율리시스만큼 안빨리는 지 궁금할 정도로 재밋음. 작가가 정말 자기 마음가는 대로 적은 작품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환장할 작품임
몰입 잘하는거 보니 공부도 잘할듯. 부럽다~~ㅅㅂ - dc App
별로 상관없을걸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걍 문학 하나자너
아이네이스 읽어보고싶네 얼마나 네이스길래 ㄷㄷ - dc App
장바구니 넣어놓음 내일 적립금 돌아오면 시킬 예정
이제 몽유병자들 달리자
자취방에 있슴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