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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그리 좋은 평은 못 주겠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주인공인 사만다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이미 좀 당황했기 때문일까. "그리고 머리가 짓눌려 물속에 잠기는 듯한 고통, 공포, 고통공포,고통공포고통공포고통공포―――――――――――――――." 잠시 읽는 걸 멈추고 저자 약력을 보자, 예전에 라이트노벨 [원환소녀] 시리즈를 썼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또 라이트노벨 작가의 외연 확장이란 말이지. 일본에서는 비슷한 일들도, 역방향의 일들도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팝 문학으로 분류되던 순수문학 작가가 라이트문예나 핸드폰 소설을 쓰는가 하면, 이렇게 장편 라이트노벨을 쓰던 사람이 어느새 완전히 장르를 바꿔 SF 소설 심사를 보고 자기도 SF를 쓰기도 하며 말이다. 아무래도 좋지만, 이렇게 소위 본진이 대놓고 드러나면 읽는 입장에선 조금 당황스럽다. 사실 전체적인 내용도 어느 정도 그 영향 아래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만.
소설 자체는 다분히 SF 소설스럽다고 느낄 요소들의 총집합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편견 어린 말이지만, 왜, 장르가 다 그렇듯이 보자마자 약간 지겹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애석하게도 내용도 그런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인공지능을 만드는 이야기, 사람의 의식을 데이터화하는 이야기 등등. 단순한 편견이라 하기에는 정말로 너무 많이, 너무 많이 봤다. 저자 하세 사토시가 그렉 이건을 읽고 감명 받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소설은 그렉 이건의 <내가 행복한 이유>를 연상시킨다. 인공지능에 대한 부분보다는 사람의 의식을 데이터화하고 인공 신경을 뇌 안에 만들어 남의 감정을 체험하는 부분에서. 허나 다루는 방식이 좀 더 조악하다.
지금 이 감상을 쓰면서도 내가 필요 이상으로 너무 가혹한 평을 내리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긴 한다. 아마도 비난에 가까울 테다. 이 소설은 너무 가볍다. 다루는 소재나 배경, 그리고 고통에 비해 정말, 형언하기 힘든 가벼움을 느낀다. 통속적으론 오글 돋는다는 말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죽어가는 고통에 대한 수위가 낮냐고 하면 그건 아니고, 너무 편의주의적인 설정으로만 가득하냐면 그것도 아니지만, 모르겠다. 순수한 글 솜씨에 대한 이야기에 가까울지도. 인물들은 미국인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아무리 봐도 일본 캐릭터 같다. 인공지능 wanna be가 주인공 사만다에게 애착을 갖게 되고 기어이 고백을 하는 부분에서는 책을 덮고 싶어졌다. 차라리 이럴 거라면 라이트 노벨 SF라는 걸 분명히 하는 <고양이의 지구의> 같은 방식인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도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말을 너무 반복해서 쓰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왜 이렇게나 이 글이 별로였는지 분명히 떠올리기 힘든 탓에 온갖 요소들을 떠올려서 끄적이고 있지만, 핵심적이진 않다는 걸 알고 있으니…….
그래도 읽는 데에는 수월하다. 적당히 가볍게 읽을 만한 SF 소설이라는 생각은 들 정도의 재미는 있다. 그 재미가 내게 너무 뻔하고 유치하게 다가왔을 뿐이지. 일본 SF를 읽을 때마다 실망하곤 하는데, 이번에도 이 기나긴 실망의 목록에 또 하나를 추가하게 된 것 같아서 참 애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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