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그르니에 <섬>추천서문



섬에 부쳐서

                   -알베르 카뮈


알제에서 내가 이 책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 나는 스무 살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받은 충격, 

이 책이 내게, 그리고 나의 많은 친구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 오직 지드의 <지상의 양식>이 

한 세대에 끼친 영향 이외에는 비견할 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섬>이 우리들에게 가져다 

준 계시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지드적인 감동은 우리들에게 찬양의 감정과 동시에 어리둥절한 

느낌을 남긴 것인 반면에, 이 책이 보여 준 바는 우리들에게 알맞은 것이었다. 사실 우리는 모럴이라는 

굴레에서 해방되고, 지상의 풍성한 열매들을 노래할 필요를 새삼스럽게 느낄 형편은 아니었다. 지상의 

열매들은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빛 속에 열려 있었다. 입으로 깨물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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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내가 <섬>을 발견하던 무렵쯤에는 나도 글을 쓰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막연한 생각이

진정으로 나의 결심이 된것은 그 책을 읽고 난 뒤였다. 다른 책들도 이같은 결심에 도움을 준것이

사실이지만 일단 그 역할을 끝낸 다음에는  나는 그 책들을 잊어버렸다. 그와는 달리 이 책은 끊임없이

나의 내부에 살아 있었고 이십년이 넘도록 나는 이 책을 읽고 있다.오늘에 와서도 나는 <섬>속에,

혹은 저자의 다른 책들 속에 있는 말들을 마치 나 자신의 것이기나 하듯이 쓰고 말하는 일이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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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이 책으로부터 그토록 많은 것을 얻은 나로서는 이 천부의 재능이 지닌 폭을 잘 알고 있으며  내가 얼마나

그 혜택을 입고 있는지를 인정한다. 한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얻은 위대한 계시란 매우 드문 것 이

어서 기껏해야 한두 번 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계시는 행운처럼 삶의 모습을 바꾸어 놓는다.살려는 열정,

알려는 열정에 북받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그와 비슷한 계시를 제공

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상의 양식>이 감동시킬 대중울 발견하는 데 이십 년이 걸렸다. 이제는 새로운

독자들이 이 책을 찾아올 때가 되었다. 나는 지금도 그 독자들 중의 한 사람이고 싶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그 처음 몇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 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