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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에서 내려
시집을 덮고 검색을 해보니 55년생이다
할머니다
할머니가 이렇게 에너지가 넘친다니
슬픔이 울러 퍼진다, 에서
눈 폭탄 할머니 눈 폭탄 만든다,는 마지막 구절은 잊을 수가 없다
빵터짐
의인법이라고 하면 사물이나 동물을 사람처럼 표현하는 방식인데
김혜순의 시는 고기법, 육화로 보인다
그는 세계를 신을 고기로 끌어 내린다
쌈싸먹는다
겨울왕국 엘사를 눈 폭탄 할머니로 묘사하다가도
파리의 눈에서 무한의 우주를 본다
이렇게 매력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시를, 시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슬픔이 울러 퍼진다>
눈 폭탄 만든다
할머니의 집엔 단지 한 통의 물
검은 레코드판이 검은 숲을 회전하고
할머니 몸속에서 이미 폭발 중인 아리아
가는 소프라노 흰 머릿결
눈 폭탄 할머니 눈 폭탄 만든다
안개처럼 자욱한 눈
주먹처럼 때리는 눈
쌀알처럼 파고드는 눈
쏟아지리라 눈 폭탄
겨울밤 외딴 집 눈 폭탄 할머니 손톱 밑의 까만 때
저울 위의 까만 쥐
레코드판 위의 작은 송곳니
할머니의 마음은 몸이 설설 끓어 수증기를 올린 것으로 만든 것
수증기가 짙푸른 고도에서 결빙하게 하는 것
해를 가리고 달을 가리고 뛰어내리는 것
아이들의 몸이 흩어져가는 것을 망연히 바라보는 것
서로 닿으면 눈물이 쏟아져버릴까 봐 멀리멀리 손을 흔들며 흩어져가는 것
할머니의 집엔 단지 한 통의 이가 시린 물
그 물에 번지는 반음씩 반음씩 높아지는 할머니의 미소
흰 눈으로 지은 흰 눈 궁궐에 흰 눈으로 지은 흰 눈 드레스 속에는
단지 할머니의 텅 빈 몸뚱아리
아. 아. 아. 아. 검은 새 한 마리 찬 하늘 울며 가는데
나는 신비한 어둠 속에 두 손을 넣어 흩어져가는 눈발들 만져보리
눈 폭탄 할머니 눈 폭탄 만든다
괜히 그리핀상 받은 게 아니지
갓혜순 찬.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