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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그 전에 읽은 도덕의 계보와 우상의 황혼이 이 책 이후로 출간된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반대로 읽었어야했나? 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갤 플로우차트대로 읽는 것이 니체 철학을 이해하는 데에는 훨씬 더 도움이 된 것 같음.
왜냐면 다짜고짜 선악의 저편부터 읽었으면 이 책의 핵심인 아원론적인 것으로부터의 과격한 탈출, 그리고 그 에너지를 내가 온전히 견디지 못했을 것 같음. 이 책의 서문에 ‘이제 우리의 과제는 오로지 깨어 있는 정신을 유지하는 것이다.’ 라고 되어있는데 도덕의 계보와 우상의 황혼을 읽고 시작한 것이 그 정신을 유지하는데 힘이 된 것 같음. (물론 그렇다고 도덕의 계보나 우상의 황혼이 가진 에너지가 작은건 아님. 다만 두 책 속에는 아포리즘이 거의 없는 반면 선악의 저편에는 상당히 많이 있는데 이 부분이 어렵지 않았던 이유가 앞에 책들 때문임)
일단 각 장마다 자세하게 적기에는 내 능력이 너무 부족하다보니 각 장마다 간단히 기억나는 부분을 열심히 되살려서 적어보자면..
1장 철학자들의 편견에 대하여 에서는 진리와 진리에의 의지해 대한 근본적인 질문, “어떤 것이 자신과 반대되는 것에서 생겨날 수는 있는가” 라는 당연히 안될 것 같지만 사실은 가능한 질문, 의식과 본능은 서로 대립한다는 전통 형이상학의 이원론에 대한 반론 등이 나오는데 그 논리가 회의주의의 그것과 매우 유사한만큼 그것에 관심을 가졌던 나에게는 매우 흥미롭게 읽혔음.
2장 자유정신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어려웠는데, 굳이 몇자 적어보자면 앞으로 나타날 후세대 철학자들에게 ‘평준화된 자유’ 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이 주로였던 것 같음. 니체는 늘 거리의 파토스라는 개념과 차이를 중요시여겼던 만큼 평준화라는 단어가 갖는 부정적 성격이 기억에 남고, 그리고 이 장에서 뒷부분에 언급될 고귀함이 갖는 특징 중 하나인 고독에 대해서도 얘기하는데, 하나 인용해보자면 “다수와 의견을 함께하려는 나쁜 취미를 버려야만 한다.” 라고 말했음
3장 종교적인 것은 내가 선악의 저편 다음 읽을 책을 안티크리스트로 정하게 한 결정적인 부분인데,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음. 특히 이 구절, “모든 면에서 일종의 로코코 취향의 책인 이 신약성서를 구약성거와 하나로 묶어서 ‘성서’ 로 만들어버렸다는 것이야말로 유럽문학이 자신의 양심에 범한 가장 파렴치한 짓이며 ‘정신에 반하는 죄’ 일 것이다.” 이 인상적이었음. 참고로 이 페이지에 원글은 3줄인데 주석이 3p임 ㅋㅋ
4장은 잠언 위주인데 그 유명한 말, “만일 그대가 심연 속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그대 속을 들여다본다.” 가 여기에 나옴. 전자책이면 밑줄 그어놓을 부분 참 많았는데 아쉽다.
5장 도덕의 박물학은 거의 도덕의 계보의 서곡 같은 느낌인데 201절이 기억에 남음. 도덕적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는 유용성으로 시작하는 이 절은 도덕적 행동이 먼저 있는게 아니라 어떤 행동이 있고 그 행동에 대한 가치판단이 따른다는 내용임. 늘 내란과 외침으로 불안한 집단에서는 약탈, 지배, 공포와 같은 공격적 성격의 충동들이 유용했던 반면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집단에서는 그러한 충돌들은 부도덕한 것이라 낙인이 찍히고 비난받게 된다는 것임. 도덕의 계보랑 같이 놓고 보면 상호 보완되는 장이라 나중에 다시 읽을 때는 그렇게 읽어볼 예정
6장 우리 학자들에선 211절, 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철학자를 철학적인 노동자나 일반적인 과학적인 인간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로 시작되는 부분이 기억에 남음. 니체는 진정한 철학자는 명령하는 자며 입법하는 자라고 선언하는데 본인 스스로가 후대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211절의 마지막, 즉 이러한 철학자들이 존재해야만 하지 않을까? 란 물음에 대한 답을 이미 본인이 자명하게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음.
7장 우리의 미덕에선 220,221절, ‘사심 없는 사람’ 으로 시작하는 부분이 제일 인상적이었음. 이 부분은 고귀한 사람이 어떤 현상이나 대상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걸 본 평균적인 사람은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사심이 없을까?” 라고 하는데 이건 그야말로 자기 중심적인 생각이다. 희생에 대한 찬양 또한 마치 희생을 한 사람은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은 것 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지적함.
8장 민족과 조국은 ㅋㅋ 피식피식 하면서 봤는데 영국을 아주 대차게 까고 프랑스를 칭찬하며 조국인 독일에 대해서는 씁쓸하며 냉철한 자기 이해가 엿보인 부분이었음. 근데 베토벤 모차르트에 대한 과소평가는 좀…
9장 고귀함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드디어 그 유명한 노예도덕과 주인도덕이 나오는데 그 내용은 도덕의 계보나 이 책의 5장에서도 상당 부분 나오는 바, 여기서는 287절을 언급하고 싶음.고귀한 영혼은 자신에 대해 외경심을 갖고 있다. 자신이 가진 가치를 잘 알고 딱 가진 만큼 행동할 줄 아는 절도라고 해야하나.
나름 생각나는 부분들을 읽으면서 메모한거랑 맞춰보면서 옮겨봤는데, 이 책뿐만 아니라 니체 책 대부분은 책 안에서의 유기성뿐만 아니라 책과 책 간의 유기성도 상당하다보니 절대 한, 두권만 읽어서는 안될 것 같음. 당장 선악의 저편만 해도 이정도인데 차라투스트라는 ㄹㅇ 어떡하냐 ㅋㅋ
아무튼 다음은 안티크리스트다 딱 대라
뭔가 나루토vs사스케 글 같네 ㅋㅋ 가슴이 웅장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