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섹션 1(요즘 기업들이 돈 버는 방법, 비즈니스 모델)

 기술의 발전과 그에 대한 인식은 비례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의 개발은 대개 기존의 시장에 혁신이라는 지각변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그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지도 못한 채 무관심이라는 벽을 좀처럼 깨고 나오지 못하는 신기술들도 셀 수 없이 많다. 신기술 자체가 아직은 결함이 많은 경우일 수도 있고, 사회적인 통념이 아직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을 버거워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마케팅 전략이 좋지 못한 경우도 있고, 시장의 고객들이 신기술을 기존의 고착화된 기술에 비해 그다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기업이 사업을 하는 데 있어 기술 개발에만 치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뒷받침한다.

 

 

 기술 개발로만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처럼, 발전된 기술을 완전히 외면하고 판매 전략에만 치중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는 시대가 왔다. 이는 경영과 기술을 아우를 줄 아는 기업에 더더욱 큰 비중이 쏠릴 시대가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한 명의 공학도로서는 기술과 경영의 결합이 지닌 잠재력에 대해 십분 이해하고 있지만, 한 명의 소비자로서는 지극히 전통적인 방식의 소비를 되풀이하는 성향이라 이 잠재력에 대해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신기술의 대두나 적절한 마케팅을 업고 성공한 사례나, 혹은 이 둘 모두가 결합된 성공 사례들을 무수히 소개해 지금껏 일반적으로 통용되어왔던 판매 전략과는 색다른 전략을 채용한 기업들을 재밌고 가볍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 나에게서 머리와 가슴의 합일치를 끌어내주었다.

 

 

 책에 흥미로운 사례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현재까지도 잘나가는 면도기 회사인 질레트가 기존에 정립된 자신들의 성공 전략을 경쟁사가 선도한 시장에 발맞추어 수정한 대목이었다. 질레트는 본래 면도기를 소비자에게 무료나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는 대신, 지속적으로 교체해줘야 하는 면도날을 중점적으로 판매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한 기업이었다. 과거, 면도기와 면도날이 일체형으로 판매되던 시절 면도날을 숫돌에 갈 필요 없이 간편히 교체해서 사용할 수 있는 면도기를 최초로 선보인 기업 역시 질레트였다. 기존의 면도기 시장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판매 전략을 한 발 먼저 선보였던 것이 질레트가 면도기 시장의 왕좌를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성공 비결이었다. 이 혁신적인 왕은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앞세운 신흥 강자 쉐이브 클럽의 도전을 받았을 때, 질레트 역시 경쟁자들을 따라 면도날 구독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질레트는 자신들의 성공 비결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갔을 때 현실에 안주하는 안일함을 내비치지 않고 기꺼이 벤치마킹하는 겸허함을 가지고 있었다. 혁신이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다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기업이 바로 질레트였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에 발맞추어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때 채택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기업은 없다. 다만, 과거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지만 이제는 낡아버린 전략을 포기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자신들의 점유율을 과신한 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기를 꺼려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 역시 사실이다. 이 책의 다음 섹션이 가리키는 기업들은 어떤 기업들일지 궁금하다.

 


섹션 2(요즘 기업들이 살아남는 방법, 비즈니스 혁신)

 명분은 물질로는 결코 좌지우지할 수 없는 몇몇 사안을 손쉽게 뒤집을 수 있다. 불과 수백 년 전의 동아시아만 하더라도, 중국의 통치자인 천자의 의중만큼 강한 명분은 없었다. 천자의 명령이 그 시대의 사회적 통념과 과도하게 벗어나있지 않다면, 대부분의 경우 필요성과 당위성은 변덕스러운 천자의 명령을 거스르지 못했다. 명분이 물질뿐만 아니라 합리성마저도 짓눌러버린 좋은 예시다.

 

 

 합리주의가 득세한 오늘날, 이러한 권위와 신분이 낳은 명분은 점차 힘을 잃어가는 추세지만, 기업들의 입장에서 기술 이용에 대한 명분을 부여해주는 특허의 존재감은 아직까지도 건재하고, 앞으로도 계속 건재할 것이다. 이번 파트는 전반적으로 기업들 사이의 경쟁과 새로운 전략에 대해 다루는 부분이 많았고, 그중에서도 특허를 저작권 보호라는 기존의 수동적인 역할에 국한시키지 않고 경쟁사를 압박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활용했다는 대목이 특히 눈에 띄었다. 시장을 마음껏 주무르는 선두주자들이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인, 과거의 영광만 존속해있는 기업들을 서둘러 인수하기 위해 가치 이상의 금액을 지불하는 모습이 자신들의 기술 개발에 대한 법적인 제동을 방지하고 더 나아가 경쟁사들의 발목을 붙들기 위한 전략적인 인수라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들은 기술과 인력을 구매하려는 것이 아니라 명분을 구매하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과거 봉건 사회에서는 권위를 앞세웠던 명분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법적인 근거를 무장하는 것으로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의문이 들었던 대목은 파괴적 혁신을 설명하기 위해 스마트폰 하이엔드 시장과 로우엔드 시장을 예시로 들었던 점이다. 아무래도 독자들에게 스마트폰만큼 친숙하면서 가격 편차가 큰 시장은 드물기 때문에 하이엔드 시장에 해당하는 상품과 로우엔드 시장에 해당하는 상품이 상이한 대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에는 좋았지만, 로우엔드 시장을 주된 목표로 삼은 기업이 하이엔드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삼성과 애플을 위협하는 상황이 쉽게 연상되지는 않아 이 대목이 파괴적 혁신에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느낌보다는 하이엔드 시장과 로우엔드 시장의 구분을 독자들에게 확실히 인식시켜주는 역할에 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 업계에 전반적으로 일어난 오버슈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애플과 삼성이 붙들고 있는 고객들은 해당 기업들에 대한 충성도가 다른 시장을 선도하는 내로라하는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도 비현실적으로 높은 편이라 더더욱 로우엔드 시장이 하이엔드 시장을 따라잡는 그림을 연상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같은 기업에서 출시한 하이엔드 시장을 목표로 한 제품과 로우엔드 시장을 목표로 한 제품을 예시로 들어도,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유난히 하이엔드 시장에 해당하는 고가의 스마트폰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도 막대한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최신식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고집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하물며, 고객들의 굳건한 지지를 받는 삼성 혹은 애플이 다른 스마트폰 기업에게 파괴적 혁신으로 인한 위협을 받는 것을 상상하기란 더더욱 힘들었다. 내 개인적인 의문에 대한 교수님의 답변이 궁금하다.

 

 

섹션 3(요즘 기업들이 기회를 찾는 방법, 비즈니스 재능)

 섹션 3에서는 책의 구성상 앞선 섹션에서 나왔던 개념들보다 복잡하고 핵심적인 기술들이 나열되었지만, 공학도로서는 일면식이 있는 개념들이 많아 오히려 다른 섹션들보다 가볍게 접할 수 있었다. 머신러닝, 빅데이터, 인공지능, Iot 등 이 섹션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들과 대표적인 예시들은 다른 전공 수업들에서 전부 중요하게 다뤄졌으며, 또한 새로 소개된 개념 대부분과 기술들이 아직 활발하게 연구되고 또 시시각각 가파르게 발전해나가는 것들이기 때문에, 단언할 여지도 그렇게 많지 않아 깊게 파고들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트집을 잡아서 아는 내용에 대한 의문점을 억지로 던지기보다는 책에 등장하는 기술 중 하나인 3D 프린터가 선도할 개인화 생산에 대한 전반적인 사견을 밝히는 것으로 분량을 할애하도록 하겠다.

 

 3D 프린터는 현재 시점에서는 기술력과 사업성의 부족 때문에 시장에 유의미한 점유율을 가진 기술이라고 보기에는 힘들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그대로의 물건을 임의로 제작할 수 있다는 너무나도 큰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난, 진정한 의미의 개인화 생산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의 많은 기업은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제품을 생산하는 소품종 대량생산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기업이 소품종 대량생산을 주된 사업 전략으로 책정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시장에는 소품종 대량생산을 사업 전략으로 책정한 기업이 존재한다. , 우리가 평소에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물품은 가격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는다면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예민한 기업들의 손을 탄 물품을 구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대부분의 품목은 어느 정도는 개인화가 된 물품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개인화는 엄밀히 말해서는 개인화보다는 그룹화에 가깝다. 만약, 어떤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 디자인이 다른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취향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면, 그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에 완벽히 맞는 물건을 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완벽한 의미의 개인화는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를 원하는 재료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3D 프린터의 기술이 충분히 발전했을 때에야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요 근래에는 과거 오랫동안 구축되었던 많은 경계가 허물어가고 있다. 부서, 기업 간의 획일화된 경계부터 물건과 서비스, 제조자와 소비자 등의 과거에는 무너질 것이라고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게 작용했던 상대어들의 경계까지 무너졌다. 그뿐인가? ‘물건은 소유하는 것이다등의 기존에는 당연시되었던 관념 역시 점점 빛이 바래고 있다. 이제는 기존에 형성된 경계와 관념에 지속해서 의문을 던지는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가 왔다. 그리고 3D 프린터가 앞으로 허물어 나갈 경계 역시 자명하다. 3D 프린터는 제조자와 소비자 사이의 경계를 완벽하게 허물어줄 것이다. 단지 그것이 정확히 어느 시점이 될지 모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