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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감탄만 나온다.. 전 인생에서 읽은 소설 중 첫 손가락에 꼽을만한듯


사실 야심차게 도전한 도끼 <죄와 벌>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같은 경우 예상보다 훨씬 노잼이었던 탓에 벽돌 소설을 도전하기에는 아직 교양이 많이 부족한갑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냥 내가 도끼랑 안 맞는 거였구나! (혹은 톨스토이이랑 잘 맞는 거였구나!) 






너무 많은 키워드를 담고 있어서 역설적으로 할말이 없어지지만 이 책을 읽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안나 카레니나>라는 쥰나게 뛰어난 소설이 내게 준 감흥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만 같음


재미있는 드라마를 몇 달 보고 나면 저 세계에 살고만 싶어지고 등장인물들이 그립고 그러자너.. 소설을 읽고 나서 그런 감정을 느낀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안나 카레니나>에서 헤어나오기가 싫어진다 ㅜㅜ 레빈 키티 스티바 돌리가 정말로 내 세계에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그런 생각...


위선, 종교, 결혼, 계급, 농업, 죽음, 예술, 철학, 전쟁을 포함한 19세기 러시아의 사회 문제 등 수많은 키워드를 어떻게 하나의 소설에 그것도 분리되지 않고 총체적으로 담아낼 수가 있었을까 그저 놀라울 뿐


이 유려하고 장대한 소설의 십분의 일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조각조차 넘나 인상적이네 진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굉장히 인상깊게 봤던 터라 어느정도 기대야 했다만 이정도일 줄이야


스티바를 거의 무슨 치트키마냥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게 만들어가지고 등장인물들의 접점을 인위적으로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조금 받았는데 그것 말고는 까려고 봐도 진짜 깔 데가 없을듯. 뭐 하도 화려한 라이프를 영위하신 분이니.. 그정도쯤이야.. 19세기 러시아 귀족 문화를 내가 어케 알겠노.. 아 그리고 레빈이 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8부는 확실히 이질적인듯. 안나 죽고 끝날줄 알았는데 당연히... 다만 이질적이라는 말이 별로라는 말은 아니어서 사실 독립적인 맥락에서 보자면 8부도 정말 인상깊었음. 내게도 신이 찾아올 날이 있을까, 생각도 들고... 그냥 1부~7부에 잘 안 붙을 뿐 8부도 ㅆㅅㅌㅊ


불어 영어 노어 스까가며 구현한 섬세한 귀족적 문체로 구현한 심리 묘사, 거의 인물들 뇌 주름에 현미경 갖다댄 듯 보이는 심리 묘사 역시 아주 인상적이었지만 인물들 간 대조를 이루는 형식미가 정말 인상깊었던 것 같음. 당연히 안나와 레빈의 대비가 주를 이룰 것이고, 그 외에도 레빈-브론스키, 레빈-카레닌, 안나-키티, 레빈-레빈형 등 수많은 대구의 연쇄가 참 흥미로웠음... 앞서 말했듯 너무 많은 것이 함유된 소설이라 작가의 가치관을 찾아내기 힘든 적이 많았는데 이 대조 속에서 그나마 톨스토이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겠거니, 라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음


여하튼 같은 맥락에서 <안나 카레니나>의 역설적인 매력 중 하나는 당췌 작가가 특정 인물을 긍정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지 감이 안잡힌다는거.. 심지어 톨스토이의 분신처럼 흔히 여겨지는 레빈조차 바보같은 실수를 저지를 때가 많자너? 한편 레빈과 대비되는 안나, 혹은 스티바조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거의 도덕 교과서 수준의 돌리도 때로는 마음 속으로 안나같은 불륜을 꿈꾸기도 하니.. 어떤 장면에서는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인물이 또 다음 장면에서는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듯한 인상을 받을 때도 있고, 이 아리까리함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아 근데 중간에 안나랑 브론스키랑 이탈리아 가서 화가에게 초상화 부탁하는 장면은 잘 이해가 안 가더라. 안나와 브론스키의 딜레탕티즘을 꼬집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는데 그렇다기엔 초상화 화가에 너무 많은 비중을 할애한 것 같아서... 미하일로프였나? 


멋들어진 감상을 쓰고 싶은데 ㅋㅋ 진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를 모르겠네.. 


아무튼 이정도로 개쩌는 소설이라면 읽은 사람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파트가 서로 다를 것 같은데, 나는 소설의 중간, 아마 4부였나? 레빈이 농업에 열중하며 결혼에의 의지를 잊고 살다가 키티가 탄 마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전에 가져온 생각이 거품처럼 완전히 사라지는 대목부터 둘이 결혼하기 전까지가 정말 좋았음. 특히 레빈이 백묵으로 단어의 첫 글자만 쓰며 키티에게 청혼하는 대목. <안나 카레니나>에서 단 한 장면만 꼽으라면 레빈의 청혼 장면을 꼽고 싶음.. 이후 레빈이 행복감에 벅차서 세상 모든 것을 행복하게 인식하는 대목이 있는데 거기도 너무 좋았다. 되게 뭐랄까 실존적인 뉘앙스도 있으면서, 레빈에게 이입해 나 또한 행복해지는 한편 현실과의 괴리에 슬퍼지기도 하고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대목이었던 것 같음. 


여기서 한 차례 더 감탄한 건 행복감에 고양돼 세상 만물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레빈의 모습이 7부에서 브론스키를 의심하고 집을 떠나며 모든 사람들을 속으로 헐뜯고 깔보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안나의 모습과 대구를 이룬다는 거... 아 진짜 이런 소설을 어떻게 쓰는걸까 ㅋㅋ 글이라고는 써본 적이 없는 공돌이지만 질투가 날 정도의 글솜씨인 것 같았음


아아 톨스토이 사랑해요









1줄요약 : 키티랑 야스하고싶음 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