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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사료들을 우리말로 옮긴, 사료 모음집이다. 시기상으로는 1496년부터 2002년까지, 즉 식민지 시기부터 부시 행정부 시기까지 무려 500여 년 사이에 있었던 미국사의 핵심 순간들을 122개의 문헌 사료로 선별하여 보여준다. 또한 책 중간중간에 사진이나 그림, 포스터 등 당시의 시대상이 나타난 비문헌사료도 적지 않은 양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사료들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대통령의 연설문이나 법원 판결, 외교조약 등 정치 분야는 물론, 흑인민권운동, 여성 참정권 운동 등 시민사회 분야의 핵심 사료들도 실려있다.


-아무래도 번역이 제대로 되었는지 여부가 사료집으로서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볼 수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필자의 영어 실력이 좋지 않은 편이고, 이 책에 수록된 122개의 사료를 전부 원문으로 읽을 만큼 공부를 깊게 하지도 않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다만, 학부 수업을 준비하거나 독학하는 과정에서 원문 사료를 직접 필자가 해석하고, 그것을 이 책의 번역과 비교해본 적은 있다. 전반적으로 이 책의 번역은 문장 구조를 충실히 따른, 아주 잘 된 직역이다. 사실 상식적으로 이제서야 서양사 공부를 제대로 시작한 필자가 국내외 유명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교수들의 번역에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이긴 하다.


- 다만, 각 사료마다 번역을 담당한 교수가 달라서 그러한지 어떤 연설문은 존댓말로, 또 다른 연설문은 예삿말로 번역된 경우가 있다. 교수들끼리 번역할 사료를 분배하기 전, 이런 부분들에 대해 먼저 협의를 하였다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연설문의 경우, 초반의 의례적인 인사말(예를 들어, "존경하는 미국 국민 여러분"과 같은)이 생략되고 본론부터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 각 사료마다 간단한 해설을 덧붙여 어느정도 시대적 맥락과 의의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해설만 가지고 미국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또한 주로 사료의 배경에만 그 해설이 한정되어 있어 사료의 내용적 측면에서도 설명을 해 준다면 어떨까 싶다. 미국사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독자라면, 미국사 개설서를 먼저 읽어야 할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이보형 선생의 <미국사개설>을 먼저 읽고 사료를 읽는다.


- 아무래도 이 책과 병행할 미국사 개설서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대학에서 쓰이는 미국사 개설서의 경우, 전통적으로 이주영 선생의 <미국사>와 이보형 선생의 <미국사개설>이 있다. (하워드 진의 <살아있는 미국역사>의 경우, 주로 미국사에 대한 다른 시각을 보여주기 위한 참고문헌로 쓰일 뿐, 아직 그 책이 주교재로 쓰이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전자는 절판된 지 오래이다. 때문에 의외로 미국사 연구자가 적은 한국 학계의 현실상, 양질의 미국사 개설서는 <미국사개설>밖에 선택지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보형 선생은 구순이 넘은 노(老) 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연구를 계속하는 한국 미국사 연구를 대표하는 원로 학자이다. <미국사개설>의 최신판에는 트럼프 행정부까지 수록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 책의 서문도 이보형 선생의 초대 미국사학회장 자격으로 썻다.


-물론 선별의 과정에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필자의 기준에서는 왜 수록이 안 된 건지 의아한 사료들도 있다. 예컨대 케네디의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 연설이나 레이건 대통령의 "이 장벽을 허무시오" 연설은 냉전기의 국제 정세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임에도 불구하고 생략되어 있다. 또 워터게이트 사건의 핵심 사료인 닉슨 대통령 탄핵 소추안과 사임 연설은 포함되어 있으면서도, 포드 대통령의 사면 연설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