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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흐 몽유병자들은 안 읽어봤지만

베르길리우스의 죽음 읽고 나서 든 생각인데

무한으로 뻗은 나선 계단을 오르는 기분임.

이 계단층 끝에서 희미하게 빛이 내려오고 있어서 끝이 있긴 한 거 같은데 암만 올라가도 그 끝이 가까워지지는 않음.

베르길리우스의 죽음이 쓰여진 문체가 이러함.

브로흐는 아마 죽음과 삶, 예술에 대해서, 딱 떠오르는 이미지를 얻어내려고 매상 노력하고, 진득하게 달라붙어서, 끝나지 않는 이미지(관념)의 뇌절을 놓지 않는데

읽으면서도, 아마 브로흐가 그것에 다다랐다고는 안 느껴짐.

이 책은 그렇게, 브로흐가 쌓아놓은, 혹은 죽음의 문턱에서 발견한 무한층계를 끝없이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보임.


끝으로는, 2장만 어떻게든 버티면 된다. 아주 높은 탑을 묵묵히 오르는 느낌으로, 브로흐랑 같이 산책한다고 생각하면서 그 이미지들의 계단을 올라가면 되는 거 같음.

-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