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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로의 <마오 II>를 힘겹게 읽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이 책도 사고 난 뒤로 사실 쉬이 건들 마음이 들지 않았다. 또 그 혼란스럽고 종잡을 수 없던 이야기들을 이번에는 더 두껍고 다양하게 보란 말인가. 허나 우려와는 미묘하게 달랐다. <마오>를 읽을 때 단점이라 느꼈던 그 혼란스러움과 난잡함이 <화이트 노이즈>를 읽을 때는 다원적이고 화려하게 다가온 탓이다. 우스운 일이다. 어쩌면 <마오>는 충분히 혼란스럽지 않고,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았던 걸까? 내게 그 책에 대한 기억은 두 가지로 요약되는데, 하나는 DFW가 에세이에서 이야기한 바 있는 글-기형아 비유이고, 또 하나는 통일교에 대한 기괴한 이미지들이다. 전자는 에세이에서의 표현보다는 훨씬 더 날 것으로 서술된 탓에 오히려 처음에는 이게 그 비유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후자는 (사실 개인적으로 통일교 단체를 실제로 볼 일이 있었던 탓에) 그렇게까지 충격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반면 <화이트>는 읽으며 뭐라 제대로 설명하기는 힘든 매력을 느꼈다. 이 책 역시 <마오>처럼 종잡을 수 없는 이미지들과 이야기 흐름을 보여준다. 산발적으로 들어가는 상품명들과 광고들이 마치 그림의 배경을 채우듯이 들어앉아 이따금 그 속에서의 이야기와 연관은 있다는 양 단서를 보여주다가도 곧 그렇지 않다는 듯 다시 배경으로 돌아가며, 등장 인물들은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는 다양한 방식의 삶을 산다. 다섯 번의 결혼을 한 주인공과 그 옛 배우자들의 괴상한 인생 이력은 그 예시 중 하나일 뿐이다. 문화를 연구하는 대학에서 연구하며 히틀러 연구의 일인자로 꼽히는 주인공처럼, 아내들 역시 온갖 지역을 돌아다니며 암호문을 섞어넣은 소설을 받아 읽고 암호문을 추출하는 일을 하거나, 히피 집단에 들어가 그 교주와 사랑에 빠지거나 하는 둥 심상치 않은 일들을 하고 있고, 자식들 역시 열네살에 벌써부터 머리카락이 빠지며 모든 것에 회의적으로 반응하는 아들이나 병적으로 건강 지식에 집착하는 딸 등 다양하게 괴상하다. 딱히 이 인물들이 우리 시대를 충분히 대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최소한 괴상함만큼은 그럴지도 모른다.
히틀러 연구의 일인자인 주인공처럼 엘비스 연구의 일인자가 되고 싶어 하는 동료 교수가 그 라이벌인 엘비스의 전 보디가드를 질투하는 이야기 같은 과장적으로 우스꽝스러운 내용들을 보고 있자면, 다시 또 기괴하게 일그러진 현실이 농담 사이로 고약한 냄새를 낸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다가오는 것만 같은 불길함이 정작 유독 가스 유출 사건이라는 분명한 위험 속에선 조용해진다. 온갖 과대 광고를 일삼다가 정작 정말로 보도해야 할 사건, 널리 알려야 할 정보가 생겼을 때는 입을 다물고 모두를 안심시키기 위해 보도 방향을 돌리는 언론처럼. 이 사건이 끝나고 나면 다시 느릿느릿하고 불안한 묵시록이 시작된다. 어쩌면 이 그로테스크한 현대 풍자 소설 속에서 정작 위기라고 할 만한 사건은 오히려 막간극, 본 막의 분위기와는 정반대인 그저 유흥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잠시 아무도 관심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방송 규정을 위해 진실을 보고 가겠습니다. 자, 여기까지. 그럼 마저 재밌는 걸 보여드릴까요.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난잡하고도 과잉으로 온갖 것들이 넘치는 이 소설을 읽으며, 현대의 소설은 이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생각해보면 DFW의 <무한한 재미>도 이런 식이었고, 온갖 수다쟁이 같은 현대 소설가들이 다 어느 정도는 비슷했다. (애석하게도 제이디 스미스의 <하얀 이빨>은 그리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았다. 음울함이 부족한 탓일까?) 백화점 같은 소설들. <화이트>에서 주인공은 죽음을 기다리며 이 모든 백색 소음을 내는 현대의 문물들, 소비되기를 기다리는 물건들을 내다버리지만, 정작 이 소설 역시 판매되는 대상인 이상 개중 하나인 탓에, 그에게 공감하면서도 반대로 공감하지 못하는 양가적 태도를 띨 수밖에 없었다.
드릴로는 읽어야지 했는데 안 읽었네. 마오읽고 그저 그래서 그런가? 이거 보니까 다시 마렵네. 역시 대표작을 읽어야 하나 암튼 개추! 박음
마오2가 지은 죄가 많네
정성추 - dc App
감상문 보니 드릴로 내 취향일 거 같다!
언더월드 재밌더라 - dc App
이거랑 비슷한 느낌인가
이거보단 나보코프 아다가 더 비슷할 듯 - dc App
화이트 노이즈 각색된다고 하는데 읽어볼까
영화 나온다 함?
결혼 이야기 찍엇던 양반이네...
현대소설가 추천 좀... 미국인이 많은 거 같은데 꼭 미국인 아니어도 됨
"쿳시"
근데 사실 농담 거르더라도 추천하려고 생각해보면 다들 아는 유명한 이름들만 떠올라서 잘 모르겠음....
유명해도 ㄱㅊㄱㅊ - dc App
그럼 제발트 <아우스터리츠>, 볼라뇨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옌롄커 <딩씨 마을의 꿈>, 우엘벡 <지도와 영토>, 유지니데스 <미들섹스>, 루슈디 <무어의 마지막 한숨>, 로스 <미국의 목가>, 프랜즌 <인생수정>, 쿳시 <추락>, 미치너 <소설> 정도 떠오르는듯 지금
쓰고 보니 현대라고 하기엔 애매한 것도 또 한몫 하네...;
루슈디 소설 재밌더라 더 파봐야지. 제발트 볼라뇨 옌렌커는 다 읽으려고. 우엘벡은 소립자랑 다 비슷하대서 나중에 더 읽어볼 듯. 유지니데스는 ㄹㅇ 처음 듣네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