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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대회에서 나는 3등을 했다. 상금도 상품도 없었다 … 주변에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만큼 서글픈 게 없었다. 버스를 타고 다시 울산으로 가면서 나는 외롭고 슬퍼서 소리 죽여 눈물을 흘렸다


1.

2009년의 어느날.

온게임넷을 보는데 레이저같은 눈빛을 쏘아대며 뮤탈리스크로 상대를 줘패는 프로게이머 한 명을 보게 됐다.

살면서 처음보는 유형의 선수였다. 이후로 그의 경기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이제동'의 팬이 되었다.


그의 전성기는 스타판의 막바지였다. 그가 왕좌에서 내려오고 몇 년 지나지 않아 TV로 볼 수 있는 스타판은 막을 내렸다.

그는 스타크래프트2 게이머로 전향했고 나도 내 삶을 돌보다 보니 그의 소식과 멀어졌다.


또다시 몇 년이 흘러 2015년. 이제동이 책을 냈다는 뉴스를 우연히 접했다. 바로 사서 재밌게 읽었다.

하지만 그의 경기는 더이상 볼 수 없기에 그저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레 멀어진 친구의 소식을 건너듣는 것처럼 잠시 감상에 잠겼을 뿐이다.


2.

"크리에이터로 부활한 이제동, 11월 12일 스타 1 방송 시작"

"???"

얼마지나지 않아 2016년 말, 그가 아프리카TV에 나타났다.

명맥을 이어가던 스타판이 '택뱅리쌍'의 전원 합류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나는 정말로 감동 먹었다.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그는 새로운 커리어를 멋지게 쌓고서 지금은 군대에 가있다.

그의 제대를 기다리며 <나는 프로게이머다>를 다시 읽게 되었다.


3.

사실상 명문대 입학생, 고시 패스생, 일류 스포츠 선수, 일류 예술가 등이 써내는 류의 성공서적(?)과 같은 패턴의 내용이다.

'미쳐야 미친다', '노오력', '끝없는 도전', '자신의 실패를 복기하여 기어이 고난을 극복함', '연습 또 연습', '인생 올인' 등등등.

근데도 나는 감동 먹었다.


4.

가족들은 극심한 반대를 했기에 그는 프로게이머의 길을 홀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중3짜리 아이가 울산에서 막차 타고 서울에 가서 노숙하고 대회에 참가했다.

나름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으나 이 세상에 그를 알아주는 건 오직 자신뿐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조용히 울었던 그의 숨은 과거 때문에 내 코끝이 찡해졌다.

이후로도 집안의 반대, 고등학교 자퇴, 연습생 시절, 중요한 길목에서의 패배 등등등 수많은 시련을 맞이했다.


5.

20대 초반, 그는 스타 역사상 최강의 저그 게이머가 되었다.


6.

이제동은 어마어마한 승부욕으로 불타는 인간이다.

딱히 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없어져버린, 동네 한량 같은 나와는 참 다른 사람이다.

나와는 너무나 다른 사람이었기에 그에게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인생을 보며 어느샌가 잃어버린 꿈들이 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끓고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내 삶에 어려운 국면이 닥치면 'JD라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생각하는 때도 있다.

나는 어쩌면 동년배의 저 청년을 존경하는지도 모르겠다.

왠지 부끄럽지만 나는 가끔 이제동과 실제로 친구가 되는 상상을 할 때도 있다.

나는 진심으로 그와 친구가 되고 싶다.


이제동의 무사 전역과 방송 복귀를 기다리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