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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고3 수험생 시절
열심히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을 파던 그 때 읽던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들이 생각이 나서 사게 된 책

고3 때도 지금도 피 선생님의 수필만큼
아무 생각 없이 글만 읽어도
순수하게 마음이 행복해지는 문학이 없다

수험생 때 한국 문학을 읽다가 지쳐버린 점 중에 하나가
결국 민주화 독립으로 귀결되는 거
대한민국의 기구한 근현대사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점도 있지만
계속 그러니까 지치는 것은 막을 수 없었어

그러나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은
잔잔하고 아름다운 문체를 즐기다 보면
생각할 거리가 하나씩 생기는 그 여운이 너무 좋다

<인연>을 읽으며 알게 된 건 두가지

하나는 피 선생님이 한국 문학의 획을 그은 여러 문인들과 도산 안창호 선생과 까지도 깊은 관계가 있었다는 것
심지어 한국 문학에서 금기어로 통하는 춘원 이광수 선생과의 에피소드도 나오더라

나머지 하나는 피 선생님이 엄청난 딸바보였다는 것
딸바보라도 무턱대고 딸에 잡혀사는 것이 아니라
딸을 한명의 여성이자 친구로서 대하며 깊은 관계를 나누는 아버지였다는 게 묻어 나오는 게 좋았다
나도 피 선생님처럼 교양있는 여성과 결혼해서 서로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는 자식을 낳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수필도 좋았고 수능 교재에서 본 작품도 보니까 반갑더라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걸출한 수필 작가가 있던 한국 문학계가
왜 애미디진 힐링 에세이싸개로 전락 했는지...
통탄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