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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블러의 3집 <Parklife>를 평하는 말 중에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개별 곡들은 좋지만 하나 같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곡들이, 좋게 말하면 화려하게, 나쁘게 말하면 난잡하게 묶여 있다. 이 앨범은 백화점과도 같다. 이 단편집에도 어울리는 말 같다. 단편집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사정이 있다 보니 그냥 다른 작가들의 단편집처럼 넘기기는 또 애매하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단편집들은 일종의 테마와 함께 묶인 것들이 많다. 가공의 책들에 대한 서평집이라든가, 한 우주비행사가 우주를 돌아다니며 겪은 일들에 대한 기행록이라든가, 동화 같지만 씁쓸한 판타지 우화집이라든가. 그래서 이를 알고 걸작선을 보고 있자니, 그 단편집들의 중간에서 앞뒤의 다른 글들과 함께 봤다면 좀 더 좋았을 단편들이 나와 있으니 아쉽고, 그래서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또 더 아쉬웠다.
허나 그것만 제외하면 악평할 게 없다. 번역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는 나야 원문을 볼 능력이 없으니 모르는 일이지만 일단 기존 번역들과는 달리 직역이라고 하고, 스타니스와프 렘의 단편 걸작선을 번역한 덕인지 수록작들 중 별로인 것도 딱히 없다. 판타지 우화들은 칼비노의 <우주 만화>를 보는 느낌이고, 가상 서평들은 SF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가상 설정 이야기를 무지막지하게 풀어댄다. <세탁기의 비극>처럼 그런 과잉 설정에 코믹함까지 덧붙인 단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예전에 <솔라리스>를 읽으며 느낀 렘의 장점들, 특이하고도 깊게 파고드는 상상력과 신학적인 고찰, 그리고 약간의 풍자까지 어디 하나 빠짐이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게 읽었고 단편선의 표제작으로 꼽히기도 한 <미래학 학회>가 개중 가장 좋았고, 할 이야기도 가장 많다. 일단 외적인 이야기로, 왜 렘이 PKD를 미국 SF 소설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꼽았는지 알 수 있었던 글이었다. 개인의 주관과 인식으로 인한 혼란스러움을 글의 핵심 요소이자 아이디어의 시작으로 삼았으니 말이다. (정작 PKD는 렘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았다는 떨떠름한 뒷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미래학 학회>는 무지막지하게 방대하고도 화려한 글이다. 처음에 그로테스크하게 변해버린 사람이 너무 많은 지구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며 우스꽝스럽고도 기괴하게 변형된 삶의 모습을 서술하다가, 그 미래의 삶 속에서 중요한 테러 물질로 떠오른 다양한 환각제들의 영향으로 반쯤 미쳐버린 화자가 몇 겹으로 싼 환각 속에서 몸을 비트는 것을 보여주다가, 환상인지 아닌지 영 확신이 안 서는 그 뒤의 미래에서 제정신을 차린 화자의 눈으로 얼핏 보면 유토피아 같아 보이는 훨씬 미래의 지구를 선사하며 독자를 안심시켰다가, 글 초반의 지구와 이 지구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폭로하는 요란하고 자극적이면서 또한 불길한 글이다.
비슷한 파탄을 보여주는 SF들은 참 많다. 개중 대표적인 것이 이제는 "소일렌트 그린은 사람이다"라는 대사로 유명한 <소일렌트 그린> 영화(와 그 원작 소설)인데, <미래학 학회>는 이들과는 또 전혀 다른, 추상적이면서도 또 어떤 의미로는 그럴듯한 환각 속의 파탄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영화 <인셉션>의 몽중몽, 무한한 시간 속의 림보 따위의 소재들이 여기에서 이미 제시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물론 <인셉션>보다는 훨씬 더 거칠고, 난잡하고, 또 깊은 고찰과 함께. 이것은 사실 유토피아라는 말의 원래 뜻에 걸맞는 미래다. 이런 세상은 사실은 없으니까.
렘의 다른 글들이 이어서 계속 나올 것이란 말을 들었는데, 덕분에 기대감이 더 커졌다.
읽어보려 했던 책인데 리뷰보니 반갑네. 잘 읽었음.
렘도 밸러드처럼 쭉 내주려나 - dc App
생각해보니 블러 앨범 들어본 적이 없음
이거 간보고 있었는데 ~
젤 첫 수록작 섹스타령보고 김새서 제껴두고있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네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