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viewimage.php?id=3fb8d122ecdc3f&no=24b0d769e1d32ca73deb86fa11d02831d16706cea37200d6da918d798573dc62158c0ca217183c075c156acdbfa6cba4fe56e8f85b50b84af53a3282ad9f74d578e700


도널드 콕세터라고 하는 유명한 현대 기하학자에 대한 전기다. 물론 나는 이 콕세터라고 하는 기하학자를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고 사실 지금도 모르겠다. 궁금해서 콕세터의 저서 중 가장 유명하다는 <Introduction to Geometry>라는 책을 뒤져볼까 했다가 인터넷에 검색해보자마자 Introduction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지 않다면 읽어도 무의미할 것이라는 답변을 볼 수 있었다. (하긴, 원래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 이름들이 지독한 법이다. Lang의 Algebra처럼......) 나는 호프스태터의 다른 책들을 뒤지다가 어쩌다 이 책을 발견했는데, 호프스태터가 이 책의 서문을 써준 탓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접한 책이 <괴델의 증명>인데, 이 경우에는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다.)



책 내용은 수학적으로 어렵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전기에 가깝다. 콕세터라는 천재 수학자가 어떤 유년기를 보냈고, 어떤 식으로 수학자로서 성장하며 대학들을 옮겨다니고 어떻게 연구를 했고 일상사는 어땠는지 등의 이야기. 사실 그래서 이 책이 어쩌다가 한국까지 번역되서 나왔는가 궁금하긴 하다. 콕세터라는 이름을 한국어로 치면 나오는 결과도 이 책 관련이 아니면 전무한 수준이니 말이다. 콕세터군조차, 물론 대수학을 하며 배우기는 했지만 이게 콕세터군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왜 이 책을 예전에 읽다가 그대로 내려놨었는지를 이제야 떠올릴 수 있었다.



콕세터의 수학적 발견들도 책에서 나오지만, 어차피 딱히 이 책은 그 내용들을 우리에게 완전히 납득시킬 생각은 없다. 그럴 가망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콕세터의 만화경을 통한 입체도형 형성법이나 이를 통해서 만들어진 콕세터 도식 같은 직관적인 것들은 좋지만, 그 이상은 우리가 이해하려면 현대 기하학에 대한 상당한 사전지식이 필요할 테다. 그러니 그냥, 콕세터가 이런 발견들도 했었다, 하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가고, 실제로도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주로 재밌는 부분들은 콕세터가 워낙 유명한 수학자였다보니 그의 책들이 러시아에서도 자주 읽혔는데, 판권료를 지불하지 않았기에 러시아에서 수학협회가 열렸을 때 콕세터가 직접 자기 해적판 책들을 찾아보게 하고 그럴 때마다 돈을 지불했다는 이야기 같은 일화들이다.



다만 후반에 콕세터의 발견들이 어떻게 응용되거나, 예술적으로 어떤 접합점들을 가졌었는지 이야기하는 부분은 흥미롭다. 특히 맨 처음에 나온 콕세터의 강연 내용과 데이터 마이닝 사이의 연결이 그랬는데, 아직 내 수준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응용 방법들이 산발적으로 나와 아, 이러라고 다양한 것들을 접해보라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곤 한다. 다양한 생물들에게서 뭔가 쓸모 있는 것들을 발견하곤 하는 것처럼, 학문 역시 어떻게 다양성만 확보해놓으면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그 이상으로 넘어가는 학문의 발판으로든, 응용 학문의 토대로든, 의미가 있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콕세터는 후자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P. S. 힐베르트의 <기하학과 상상력> 뒤로 처음 본 기하학 관련 서적이었고, 그 방향도 완전히 달라 참 신기하다. 힐베르트의 책은 내가 수학에서 배웠던 미분기하학 내용들과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었지만, 콕세터의 연구라고 하는 것들을 책에서 들었을 때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