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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1964)을 읽었다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버드라는 스물일곱 헤밍웨이빠인 영어강사가 막 출산한 자기 애가 끔찍한 장애아인걸 알고 아이가 고통받으며 크느니 아이의 죽음을 바란다
아이가 죽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다가 아이가 죽기는 커녕 건강해지니까 낙태 전문 병원에 데리고 가서 죽이려고 하다가 결국에 포기한다
의아했던 건 이야기의 도입부인데, 막 출산한 자기 애가 장애아인걸 알고는 부인이 아니라 전에 관계를 가졌던 여자인 친구를 만나러 가는 부분이다
소설은 아비가 아이가 장애아인걸 알고 자식이 죽기를 바라는 마음, 그래서 쓰레기 같은 자신에게 수치심을 느낀다던가 하는 식으로 주제의식을 구체화해나가는데, 그렇다고 해도 일단 출산한 와이프랑 대화를 해야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모랑 버드 둘다 아이의 장애를 와이프에게 알리지 않아야 한다고 합의하지만 다른 걸 떠나서 아내가 출산했는데 와이프를 보지도 않고 아 내 아이가 장애아야, 실존의 고통이여 이지랄 하면서 전에 떡친 여자를 찾아가는 것은 시대상, 지역차를 감안해도 인간으로서 이해하기가 힘든, 작위적인 설정 아닌가했다
책이 11챕터인데 부인은 8챕터에 가서야 나온다
읽는 내내 하루키가 떠올랐는데 과거에 인연이 있는 젊은 남녀가 과거회상하며 현학적인 대화하고 떡치는 구도가 비슷해서였던거 같다
히미꼬는 남편이 자살한 젊은 미망인이고 대학 동기인 버드와는 첫경험을 한 사이다
히미꼬는 성스러운 창녀, 버드의 도피처로 실존의 고통에 허우적거려 안서는 버드의 꼬추를 세워주고 파워 섹스를 해주고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자신이 낙태했던 병원으로 버드와 그의 아이를 데려가주는 가이드이자 소설의 동력이다
버드는 장애아인 아이를 죽이고 히미꼬와 같이 꿈에 그리던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려고 하지만 직전에 마음을 고쳐먹고 아이를 치료하기로 한다
아이는 사실 심각한 장애가 아니고 별거 아닌 병이어서 뚝딱 고쳐지고 버드는 실존적인 결단 끝에 성장한다
부분적인 심리 묘사는 훌륭하지만 큰 줄기의 인물의 행동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아서 의아한 소설이었다
히미꼬는 전형적인 성스러운 창녀 캐릭터라 노잼이었고, 숨은 외국인 외교관을 찾아가는 건 재미있었다
섹스마스터인 히미꼬와 아프리카로 도피할래, 섹스가 고통인 현 와이프랑 장애아 키우면서 살래 둘 중에 버드는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이게 무슨 실존적인 결단이 필요한 문제인가 싶은데 아무튼 버드는 결단을 내리고 현실을 마주하며 성장한다
구성이 치밀하고 심리묘사는 훌륭하지만, 도피냐 현실이냐의 이원적인 구도는 지금 시점에서 봤을때는 썩 와닿지 않는다
아기는 사물 정도의 지위에서 마지막에 가서는 시끄럽게 우는 생명체로 그려지고, 부인은 섹스가 어렵고 이혼을 협박하는 불편한 존재로 그려진다
둘 다 사람이라기 보다는 주인공을 고뇌로 몰아넣는 장치 정도로 보인다
히미꼬와의 대화는 현학적이어서 사람 간의 대화인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에 아기를 데리고 스포츠카를 타고 낙태 병원을 찾아가 가는 부분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비 오고 길은 뱅뱅 돌고 아기는 울어제끼고 경찰이 길을 막고...
오에 소설들 죄다 번역본 단종되어서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