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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권장 도서의 기준은 도대체가 어떻게 되먹은 건지 모르겠다. 현대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아동학대적인 면모가 물씬 느껴지는 쥘 르나르의 『홍당무』나, 섬뜩한 이중인격을 조명한 로버스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등은 중점적으로 다루는 소재가 어린이들에게 걸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권장 도서에 포함된 적이 있는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작품성과 내포된 메시지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분명 현대인들에게 생각하고 사유할 여지를 선사하는 좋은 고전들이지만, 동시에 시대성과 묘사의 수위 등이 현대의 어린이들이 읽기에는 도무지 걸맞지 않아 보이기도 하다.
이 작품들에 대해서만 논하더라도 어린이 권장 도서의 선정 기준에 의문점을 던지기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이 작품들보다 명명백백한 ‘어린이들에게 권장할 수 없는 어린이 권장 도서’는 사실 따로 존재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는 여러 출판사들의 어린이 권장 도서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이 책은 선정 기준에 대한 의문점을 넘어 당황스러움과 당혹스러움까지 불러일으키는 편이다. 『홍당무』와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어린이 권장 도서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이를 억지로라도 이해하려면 아예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도대체 편집증적 증세를 보이다 결국 아내의 시체를 유기했다는 스토리라인의 어느 구석이 어린이들에게 권장할만하다는 것인가. 내가 『검은 고양이』를 처음으로 읽었던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는데, 어린이에게 걸맞지 않은 충격적인 내용과 쓸데없이 어린이 권장 도서에 걸맞은 풍부하고 자세한 삽화의 조화 덕분에 그날 밤을 설쳤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있다.
『검은 고양이』의 섬뜩함은 포의 많은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관념이다. 포가 바라보는 비현실성은 대부분이 공포와 섬뜩함으로 귀결된다. 민음사에서 취합한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에는 포의 넘치는 상상력과, 그 상상력이 여지없이 섬뜩함으로 치환되는 과정이 거의 모든 단편들에 빠짐없이 포함되어 있다. 이 단편집에는 그의 음울한 발상이 거의 드러나지 않은 이례적인 작품인 『황금충』이 수록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탐정 소설의 시초라고 평가받는 ‘뒤팽 시리즈’ 역시 단 한 편만 수록되는 것에 그쳤기 때문에 민음사가 의식적으로 포의 음울함과 섬뜩함을 조명시키려고 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의식적으로 섬뜩한 면을 부각시킨 이 단편집은 어쩐지 어두컴컴한 진회색으로 물들어버린 포의 일생과 유사해 보인다.
조금 다른 이야기로 운을 떼보자면, 사실 나는 과거 다른 독후감에서 작가의 생애와 작품을 과도하게 연결해 설명하려한다는 단점을 피드백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포와 그의 단편들을 한데 묶어 단언하는 것에 약간의 주저함이 들긴 하지만, 불운과 알코올 중독으로 점철된 포의 삶과 포의 음울한 문체가 가감 없이 반영된 단편들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으려고 하는 나의 행동이 지나친 넘겨짚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 또한 주저함 못지않게 진하게 떠올랐다. 『검은 고양이』와 『배반의 심장』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히스테릭함은 흡사 알코올 중독자의 그것과 흡사하며, 『어셔 가의 몰락』과 『붉은 죽음의 가면극』의 으스스한 분위기는 포의 음울함으로 점철된 일생과 닮아있다. 단편집이 의식적으로 포의 음울한 부분을 조명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포의 모든 작품과 포의 일생을 동일시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민음사의 복안만큼은 아마도 독자가 그들의 단편집과 포의 일생을 겹쳐보도록 유도한 것이 맞아 보인다.
어째 생각을 계속 정리하면 정리할수록 『검은 고양이』를 비롯한 포의 작품들이 어린이 권장 도서에 전혀 어울리지 않다는 기존의 생각이 견고해지는 것만 같다. 포는 포 특유의 음울하고 흡입력 있는 문체나 작가로서의 위상 등을 십분 고려했을 때 세계 곳곳에서 섭섭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는 작가이기 때문에, 굳이 어울리지 않는 ‘어린이 대상‘이라는 옷을 억지로 걸칠 하등의 이유가 없어 보이기만 하다. 어린이들이라고 해서 꼭 천편일률적인 이야기만 제공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과도하게 소름끼치고 음울한 이야기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적어도 포의 작품만큼은 어린이 권장 도서에서 제외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난 어릴 때 단편문학선에서 마지막 잎새, 별, 마지막 수업 같은거 읽다가 마지막에 검은 고양이 보고 완전 푹 빠졌었는데
내가 읽었던 판본은 순정만화풍 삽화가 들어있던 책이었는데 마지막에 여자랑 고양이가 파묻혀있는것까지 삽화로 집어넣었었음 ㅋㅋ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너도 혹시 삼성출판사 사고뭉치 세계명작 읽었니
출판사는 기억안나 너무 오래됐어
나도 검은 고양이 마지막 삽화가 너무 적나라하게 그려져서 그 충격이 아직도 생생함 근대 그래서 오히려 그 단편이 고마움 편집증이나 알코홀릭이라는 개념 자체도 혹은 그런 경험에 대한 지식도 전무한 어린이가 작품을 읽으면서 인간의 그 "악마성"을 이야기로써 느끼게 해줄수 있는게 문학의 위대함 아닐까. - dc App
윤리관도 제대로 확립 안된 아이들에게 지나친 자극으로 충격을 주거나 혹은 글쓴이 의견은 아니지만 주인공의 비윤리성에 동화 될수도 있다 뭐 이런 요지는 되게 바보같고 나약한 의견이라고 생각함. 그건 "어떤 작품을 언제" 읽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누가 어떻게" 읽는가를 배제한다는 전재로 읽힌 관점임. - dc App
같은 작품을 읽어도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불안전하고 불확실해서 감상도 모두 다르고 그 감상에 의해 파생된 행동도 다 다르기에 이 작품 혹은 작가의 윤리성, 수위 로써의 자극성과 독자의 연령대는 사실 크게 연관 없어 보임 글끈이랑 본인 둘다 작품을 읽고 충격에 밤을 지세웠지만 지금 보면 그에 따른 생각이 다르자나.? - dc App
너무 늦게 확인했네 ㅎㅎ 좋은 의견 고마워. 난 오히려 사람마다 감상이 다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어린이들에게 필요 이상의 잔혹한 소설보다는 다른 소설을 추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짚어준 대로 우리 둘은 읽은 당시에는 충격을 느꼈을지 몰라도 지금은 별로 개의치 않게 생각하고 있지. 헌데 검은 고양이 정도의 전개와 내가 접했던 삽화는 어린이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읽을 당시에 충격적으로 다가왔을꺼야. 우리 둘의 경우에는 이 충격을 자양분 삼아 독서라는 취미를 계속 붙잡아왔지만, 사람마다 느끼는게 다르니 저 충격 때문에 책을 멀리하게 된 어린이들도 분명 있지 않았을까 싶어. 물론 나약하다면 나약하고 빈약하다면 빈약한 관점이지만, 사람마다 취미를 대하는 스탠스와 가치관은 다른 법이니까 말이야.
어른이 되서 접한 검은 고양이는 분명 내가 어린 나이에 읽었을 때보다 훨씬 감명깊었어. 어렸을 때만큼 뇌리에 콱 박히지 않았지만, 어른인 지금 읽는 검은 고양이가 확실히 어린 나이에 접했을 때보다 훨씬 소화가 잘되는 느낌이었어. 이런 관점에서 봐도, 구태어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특정 소설과 그 사람을 격리시킬 필요는 없지만, 굳이 더 성숙해졌을 때 더 정확하고 감명깊게 바라볼 수 있는 소설을 '어린이 권장 도서'에 포함시킬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