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싱싱한 1학년이었던 저는 성당을 열심히 다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들어진 신",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그리고 "순전한 기독교"라는 책을 신청했는데요

나중에 보니 신청 사유를 쓰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아니, 평소에는 노란 옷 왕 같은 펄프 픽션부터 절판된 책까지 구해주던 도서관이

심지어 아캄 어사일럼, 올스타 슈퍼맨 같은 슈퍼 히어로 만화책을 사유 없이 신청해도 아무 말 없이 사 주더니

이번에는 왜 그러지? 있는 책도 아닌데?

하고 저는 의문을 가졌고 대충 "신의 존재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라고 썼으나 결국 기각되었습니다.

그 후 저는 의문을 가진 채로 주일에 성당에 가서 주보를 집어들었는데요

거기서 그 도서관 직원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성당 교리 선생님 모임에서 찍은 사진에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도 그 사람이 사진에 찍힌 사람이랑 동일인물이라서, 즉 성당에 다니던 사람이라서

그 사람 입장에서는 괘씸한 제목을 가진 그 책들을 기각했는지

아니면 그 사진에 있던 사람은 닮은 사람에 불과하고

그저 사유 없는 신청이어도 책을 구매해주다가

담당자에게 한 소리 듣고 자세한 사유 없이는 책을 구비하지 않기로 한건지

아님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이유가 있어 그랬던건지

저는 지금까지도 알 수가 없답니다.


주보:성당에서 볼 수 있는 얇은 책. 맨 앞면 위에는 큰 사진이나 그림, 아래에는 미사에 나올 내용이 간략히 적혀있고 뒤에는 교구 소식, 성경 이야기와 그 성당에 다니는 교우가 운영하는 업체의 전화번호 같은 것이 적혀있다. 매주 내용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