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반 소설 다섯권 읽었는데.. 세 가지는 내용이 기억이 잘 안 나거나 그닥 맘에 안 들었고
일단 여름의 흐름은 정말 잘 썼다. 심심해서 나도 소설이나 써볼까 하고 냈다가 아쿠타가와상 탔다는 레전드 사연이 있기도 하고.
그때 아쿠타가와상은 요즘처럼 작가 스타 만들어 주려고 애쓰는 상이 아니었고.
작품은 우울한 분위기인데 묘하게 청량함. 일본영화에서 보여주는 그 묘하게 맑은 여름 느낌.
추천.
근데 기억에 제일 많이 남아 있는 작품은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임.
이걸 스물세 살에 첨 읽었는데, 한참 지나 다시 읽어보니 좀 너무 가오잡는다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노빠꾸로 밀어붙이는 결기만큼은 진짜 좀 얼얼한 데가 있음.
이 작품의 화자는 오토바이다. 소설 전체가 오토바이의 독백임.
이 오토바이는 전 주인이 자기를 타고 도로 밖 낭떠러지로 떨어져 자살했음.
화자도 반파돼서 의식을 잃었는데 그동네 시골 젊은이가 주워다가 수리해서 정신차리고 썰을 풀기 시작.
근데 이 젊은이는 미래같은거 아무 관심 없는 노답 인생이고, 얘랑 얽히게 된 여자애도 비슷한 노답 인생.
이 둘은 의기투합해서 그냥 내키는대로 가려고 하고, 화자는 이 둘을 맘에 들어한다.
애초에 전 주인도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았고, 라이딩도 그딴식으로 해서 싫어하던 오토바이였음.
마지막 자살할 때는 그래도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오토바이는 자기를 타고 달리는 스타일만 봐도 라이더의 성격과 세계관을 바로 알 수 있다고 한다.
도로를 달리면서 스로틀을 열고 악셀을 땡기고.. 이런 묘사들이 되게 들끓게하는 뭔가가 있음.
어차피 미래를 알 수 없고, 세상이 너희를 대충 살게 놓아 두지 않는다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존나 쏴라.
도망치려면 쩨쩨하게 양아치나 야쿠자같은 거 말고 인생으로부터 도망쳐라.
그래서 책 제목이 대사 중에 나온다. 아무 대책 없이 고향을 뜨는 이 노답 커플한테 오토바이가 하는 말임.
한밤중에 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바이크가 두 인간한테 하는 말(물론 인간들은 작품 내내 바이크의 말을 못 들음). 더 달리라고 하는 말.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개 마초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진짜.. 소녀취향 소설들이 너무 많은 요즘에 와서 보면 이런 개간지 국산 작품을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캬 바이크가 시를 쓰고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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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리던가 뭐 수를 내도록 하자. 절판따위 어차피 인생은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