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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르베크&길리에의 서양철학사를 읽고
철학과 종교 사이에 모순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12세기 아랍 철학자 이븐 루시드는 철학적 결론과 종교 사이에는 어떤 모순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종교는 진리이고, 진리로 이르는 공부인 철학에서의 결론이 진리라고 했을 때, 진리와 진리가 모순될리가 없으며 오히려 조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철학과 종교 사이의 명백한 모순이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이븐 루시드는 종교에서 한 발 물러선다. 코란 속 모든 내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코란 구절의 문자적 해석이 이성과 충돌하는 것으로 보이면 그 구절은 비유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의 종교 근본주의는 어떠한가? 종교 근본주의의 입장에서 그들은 경전이 비유적일 가능성을 배제하고 학문과 윤리를 공격한다. 종교 근본주의의 성소수자 혐오와 진화론 거부가 바로 그것이다. 이븐 루시드는 학문적 성과에 맞추어 종교를 철학적 사유에 합치시키려고 한 반면, 종교 근본주의의 행태는 학문적 성과를 배척하고 진리를 오로지 경전에서만 찾으려고 한다.

이러한 시도로는 종교와 학문 간의 모순이 해소되지 않는다. 종교는 스스로를 학문과 합치시키기 위해 문자주의의 벽을 허물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고 종교 근본주의와 문자주의를 고수한다면 고대의 세계관과 고대의 윤리관에 갇혀 현대의 세계관과 현대의 윤리관을 따라가지 못하는 고립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