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최씨 정권이 무너지고 기나긴 전쟁이 끝났지만 고려 정부는 10년이 넘도록 개경으로 돌아가지 못해. 최씨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본질적으로 최씨 정권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던 김준-임연-임유무 정권이 차례로 집권하며 환도를 방해했기 때문이지.
그렇지만 이들 정권은 집권자의 신분 문제 및 몽골의 경제 봉쇄가 남긴 후유증으로 최씨 정권보다 역량이 현저히 저하되었고, 날로 강화되어 가는 몽골의 압박과 몽골과 결탁한 왕실의 협공으로 결국 붕괴하게 돼. 100년에 걸친 무신정권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지.
사실 최씨 정권 이후의 무신 집권자들은 집권을 장기화할 수 있을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 내는 데 철저히 실패했어. 당장 최씨 정권만 하더라도 몽골의 1차 침입 때 이미 저들의 군사력이 규격 외의 것임을 재빨리 눈치채고 강도 천도를 전격 단행함으로써 정권의 수명을 30년 가까이 늘릴 수 있었지. 고려 왕조와 본토에 남은 민초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볼모로(전자는 인질 및 방패막이로, 후자는 고기방패와 수탈 대상으로) 삼은 최악의 결정이었지만 최씨 가문은 강화도에서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지.
그런데 순탄하게 진행될 줄만 알았던 강도 정부의 개경 출륙 환도는 삼별초의 봉기로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게 되지. 삼별초 봉기를 바라보는 종래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되지. 하나는 전통적인 관점으로, 삼별초는 고려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불꽃이었다는 다소 상투적인 이야기지. 다른 하나는 삼별초는 기본적으로 무인 정권의 사병집단이었고 정치질서가 재편되면 기득권을 박탈당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반란을 일으켰다는 의견이지.
특이하게도 저자는 종래의 두 관점을 모두 부정해. 전자야 뭐 최씨 정권의 대몽항쟁이 정권 안보를 위한 것이었음을 줄기차게 논증해 왔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후자는 좀 의외야. 일단 저자는 삼별초가 기득권층의 일원이 아닌, 이용대상에 불과했다고 서술하고 있어. 김준이 최항을 척살할 때, 또 임연이 김준을 궁궐 편전에서 암살할 때, 마지막으로 임유무 정권이 무너질 때 모두 삼별초는 정변을 일으킨 측의 무력동원 수단으로 여겨질 뿐, 특별히 처우가 개선되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지. 제거당한 측의 적몰 재산을 삼별초 군관이나 병졸들이 일부 분배받는 경우가 있었다고 해도 이는 오히려 이들의 경제적인 처우가 평소에 얼마나 열악했는지 반증하는 사례라고 이야기해. 즉, 크게 보면 삼별초도 무인 정권의 피해자였다는 소리지. 본토가 피바다가 될 때 얌전히 무인들의 주구 노릇하면 최소한 목숨은 보장받을 수 있었던 사람들이 피해자라... 다소 납득이 안 가긴 하네.
저자는 방향을 크게 전환해서 삼별초는 침략에 맞서 향토사회를 자발적으로 수호한 민중들의 항몽정신을 계승했다고 서술하고 있어. 위의 두 가지 관점과는 궤를 달리하는 주장인 셈이지. 저자는 3년에 걸친 삼별초의 항쟁 기간 동안 삼별초가 남서해안을 중심으로 남해 도서 지역에서 폭넓은 지배권을 확립했고, 심지어 내륙에서도 이에 동조한 봉기 시도가 있었음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 하긴, 2번째 관점처럼 백성들이 삼별초를 안전한 곳에서 부패한 권력자들의 따가리 노릇만 한 자들로 보아 협력하기를 거부했다면 단기간에 삼별초의 영역이 그토록 넓어지지는 못했을 테니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는 것 같아.
1170년 보현원의 난에서 1273년 제주도 항파두리성 함락으로 삼별초의 난이 종결되기까지 약 100년에 걸친 고려 무인 집권 시대를 다룬 시리즈는 이렇게 막을 내려. 그렇지만 같은 저자가 뒤이어 80년 동안 계속된 원간섭기를 다룬 시리즈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바로 들어가게 될 것 같아.
- dc official App
삼별초보고 정권 주구 이러는 애들은 고려 중기 군제 한번 찾아보고 떠드는 건지 궁금하네
사병+공병의 성격을 중첩적으로 가지고 있었으니까 사병 측면에 방점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지. 다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거고. - dc App
인터넷에 떠드는 애들 태반은 그런 류가 아님. 무신정권부터 대몽항쟁거쳐 원 간섭기만큼 인터넷발 역사인식 머저리 같은 시기도 찾기 힘들더라
어느 시대건 차분히 사건과 개념의 본말을 알아본 후에 나름의 견해를 만들어가는 사람보다 자극적인 한 두 마디 단어에 꽂혀서 부화뇌동하고 목소리 키우는 인간들이 많은 법임.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