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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르베크 & 길리에의 서양철학사를 읽고.

중세와 근대에는 보편자(개념)에 있어서 실재론과 유명론이 대립했다. 보편자가 인간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세상에 실재한다는 실재론이 있었고, 보편자가 인간이 정신적으로 분류를 해서 생기는 머릿속의 개념에 불과하다는 유명론이 있었다. 중세에는 실재론이 우세했지만, 근대로 갈수록 유명론이 우세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실재론에 대한 회의가 증가했음에도, 근대의 자연법 사상만큼은 실재론적/아리스토텔레스적 사고를 견지하고 있다. 우리의 실정법은 자연법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한다는 사고 말이다. 그리고 자연법은 이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발견할 수 있는 준칙이다. 이 자연법은 신이 제시한 것이다. 이성 -> 보편자 발견 논리가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다. 이 보편자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발견해야 할 대상이다.


물론 마키아벨리 같은 사상가는 법에 있어서 유명론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 같기는 하다. 마키아벨리는 법과 도덕을 절대적인 것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통치자가 필요에 따라 제정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영구적이고 보편적인 것을 발견하려는 고대 그리스 철학적 전통이 근대에서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자연법 사상이다. 홉스와 같은 근대 철학자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불변하는 자연법을 실정법의 원리로 제시하여 실정법의 연원을 찾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