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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고 있는 소모적인 성별 갈등이 이미 20년 전 유럽에도 만연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책이야. 주로 성별 본질주의에 근거해 남녀의 차이를 부각시키는 00년대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이 중심 내용이야.



사실, 저자가 비판하는 지점들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아. 저짝에서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거창하게 부르는 현상 이후 온오프라인에서 숱하게 목도할 수 있는 내용이니까.



동일한 범주에 넣을 수 있는지 논의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턱대고 뭉뚱그려 통계 오염시키기 / 이 통계에 근거해 일종의 '대안 현실'을 창조하고 섀도 복싱하기 / 성별 본질주의에 입각해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이념적으로 남성에게는 '악한 강자'의 꼬리표를, 여성에게는 '선한 약자'의 꼬리표를 붙여 전자만 일방적으로 후두려패기 / 그럼으로써 이 이분법의 틀을 자력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의 삶을 역설적으로 옥죄며 이들이 반발하면 남성 지배질서에 자발적으로 순응하는 '명예 남성'이라고 몰아가기 / 사회를 분석함에 있어 때로는 성별보다 유의미한 잣대( ex)계급)가 있음에도 성별 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올려치기 등등..



한국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인사들이 20년 전에 나온 이 자그만한 책자만 제대로 복기했어도 성별 갈등이 초래하는 막대하고 소모적인 사회적 비용은 대폭 줄어들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작금의 소위 넷페미, 영페미들이 본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성별 본질주의-"여성은 남성과 다르다(고로 동등한 의무를 수행하기 어렵다)"-와 성별 보편주의("걸스 캔 두 애니띵")를 체리피킹식으로 그때그때 달리 적용하는 걸 목도하고 있자면 그런 기대도 그저 헛된 꿈에 불과하다는 걸 통감하게 되지.



아무리 좋은 이념이나 사상도 종종 날 것의 욕망을 은폐하거나 보다 손쉽게 획득하기 위한 윤색용 도구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최근 몇 년 사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네.



우리들은 이미 위선과 혐오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것 같아. 이 광풍이 잦아든 후에 우리가 과연 무형의 가치를 기치 삼아 다시 한번 전진할 수 있을까? 나는 조금 회의적이야. 그렇다고 연대하지 못하고 파편화된 채 각자도생에 몰두하는 군상들만 모여 있는 사회의 앞날도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살짝 걱정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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