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뺏고 뺏기는 싸움 속에서도 바빌로니아는 꽤 오랫동안 고유성을 유지했다. 전성기에는 18만명의 인구를 자랑했을만큼 거대한 도시였기에 그만큼 중요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바빌론의 정복자들도 바빌론의 주민들에게 각종 혜택을 부여한 것이다. 바빌론도 이에 맞게 자신들의 신인 마르두크가 정복자를 인정하면 그가 왕으로 인정된다는 관습을 만든다.


바빌론이 무너지면서 종교가 무너지게 되었다. 신전에 대한 각종 혜택이 사라지고 그 권위를 잃으면서 바빌론을 하나로 묶는 종교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었고, 끝내 종교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자연히 바빌론의 사람들의 결속도 끊어지게 되었다. 바빌론 역사의 연속성은 그렇게 끊긴 것이다.


기원전에 바빌론을 하나로 묶은 것이 마르두크 신앙이다. 조선시대 한국을 하나로 묶은 것은 유교 이데올로기이다. 21세기 지금, 남한과 북한은 역사적 연속성이라는 하나의 요소만으로 다시 통일할 수 있을까? 문제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는 점에서 종교의 역할을 했던 이데올로기, 이 이데올로기가 남북이 판이하다는 것이다. 민족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마르두크 신앙처럼 남과 북을 하나로 묶지 않는 이상, 통일의 꿈은 요원해보인다. 그런데 통일의 꿈이 더욱 멀어져보이는 것은 민족주의의 시대가 지난 지 오래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