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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정언명령은 다음과 같은 형식을 띤다. 너는 오로지 너의 행위의 준칙이 동시에 보편적 법칙이 되기를 네가 바랄 수 있는 그러한 준칙에 따라서만 행위하라. 이는 메타규범, 즉 규범에 대한 규범이다. 우리가 가져야 할 규범이 어떠한가에 대해 칸트는 성찰한 것이다.


가언명령은 윤리적 차원에서는 칸트의 입장에서 비판의 대상이다. 목적에 대한 성찰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언명령은 내가 ~하기 위해서는 ~해야 한다는 형식이다. 이런 형식에서는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에 대한 성찰만이 있을 뿐, 목적 그 자체에 대한 성찰이 없다.


가언명령은 다시말해 이성을 도구화하는 것이다. 가언명령은 이성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지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탐구하는 것에 불과하기에 이성의 진정한 실천적 사용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이성의 진정한 실천적 사용은 우리가 무엇을 추구할지를 탐구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성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성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학문의 차원에서는 다른 문제이다. 학문의 차원에서는 이성을 이용해서 과학적 탐구를 한다.)


우리가 인문학, 철학적 탐구에 있어서도 칸트의 목적에 대한 성찰을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시대의 학문이 인문학과 철학을 경시하고 과학적 탐구에만 매몰된다면 우리가 결국 무엇을 위해 탐구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결핍되는 것이다. 21세기에 인문학과 철학은 단순히 과학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새롭게 성취한 과학적 탐구를 바탕으로 우리는 인간과 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과학적 탐구를 바탕으로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해 탐구가 이루어져야 하고, 과학적 탐구에 대한 인식론적 탐구, 즉 메타탐구를 하는 것이 인문학과 철학의 과제이다. 이것은 이성을 '사용'해야 하는 인문학과 철학의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