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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구치 이치요 선집 <키재기 외>를 이제야 다 읽었다
선집 내 단편 <키 재기>를 읽어내는데 고생해서
짱박아 놨다가 이번주에 쫑을 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20일째 되는 날 겨우 완독했음
<키 재기>는 페이지가 안 넘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울림이 있는 작품이었고
<탁류>하고 <십삼야> 이거 두개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당시 일본의 유곽(공창)에 의지해 사는 소시민들의 비애를 담아낸 사실주의 소설이라고 읽혔어
<키 재기>만 봐도 당시 요시와라를 둘러싼 분위기와 여러 풍속들이 아주 자세히 묘사되거든
그리고 읽기 전 스테레오타입을 버리지 못한 탓인지 약간의 페미니즘 적인 요소가 있는 것으로도 읽힘
<키 재기>에서 유녀가 되는 것으로 정해진 미래와 성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깨닫고 '어른이 되기 싫다'라고 울부짖는 미도리나
<십삼야>에서 자신을 옭아매는 사회적 상황들 때문에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지우고 다로의 어머니로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오세키를 보면
나도 같이 그녀들을 억압하는 사회가 답답함을 공감하고 안쓰러운 감정이 들더라
82년생 김지영 작가님이 좀 읽어봤으면 좋겠더라
페미니즘이 공감을 얻으려면 그딴 보르노 망상 말고 이런 식으로 얘기를 썼어야지 뭔 19세기 소설보다 못하니까
이건 딴얘기고 뒤에 해설 보니까 역자를 맡으신 임경화 교수님은 조금 다른 해석을 하셨더라고
억압받는 여성들에 대한 얘기도 있지만 계급과 돈에 의해 붕괴되는 인정에 대한 얘기라고 하심
예를 들어 <십삼야>에서 연정을 품던 오세키가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버리자 자포자기해 버린 로쿠노스케와 출신 때문에 남편에게 무시당하는 오세키
<탁류>에서 삼대에 걸친 가난과 그것 때문에 유녀로서 덧없는 삶을 사는 오리키, 그리고 가정을 지탱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 그녀와 동반자살한 겐시치
이런 것들은 돈때문에 파혼당해서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일생동안 돈에 쪼들린 작가 이치요의 인생이 반영되어 있다고 하시더라구
생각할 것이 많은 책인데도 글만 읽어도 생각할 거리가 눈에 보이는 책이라 좋았다
이렇게 재능있는 문학가가 요절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임
얼굴도 예쁘시던데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구만
히구치 이치요가 스승격이었던 나카라이 도스이(대마도 출신)를 연모했던 것도 흥미있음. 정작 나카라이 도스이는 춘향전 번역 외에 그 본인은 듣보가 되어버렸다만 - dc App
오 그런 것도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