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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동안 프랑크 디쾨터의 [중국 현대사 3부작]이라고 불리는
[해방의 비극], [마오의 대기근], [문화대혁명] - 세 권을 내리 통독하였습니다.
번역자의 역량일 수도 있지만 문장에 제법 리듬이 있고 상당히 읽기 편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책을 읽어내리기 시작하여 이틀 동안 쉬엄쉬엄 읽다 보니 다 읽게 되더군요.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가"였습니다.
특히 당시 중국의 지도부는 긴 토론을 너무나도 좋아하였고 서로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려고 하였지만,
그 이전에 '조금이라도 듣기 싫은 이야기가 나오면 우파 반혁명주의자라고 잡아 가두거나 처형'하는 판이니...
맨 윗사람부터 당장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위에서 듣고 싶은 것만 듣기 때문에 모든 것을 왜곡하여 보고하고,
조작된 숫자만 믿고 정책을 수립하니 "지금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도 풍년 덕분에 식량이 남는다"고 판단하여
그것에 맞추어 (국민들이 굶어 죽고 있음에도) 해외에 곡식을 퍼주면서 우리나라 잘나간나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리더... 자신의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리더...
그리고 그러한 리더의 비위에 맞추려고 애쓰면서 국민들의 삶을 도외시하는 권력자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무릅을 꿇고 사과하면서 잘못했다고 통곡하고 사람들을 구하려 애쓰려는 제대로 된 사람도 있고,
몇 안되는 그 제대로 된 사람을 미워하며 차례로 실각시키고, 죄를 뒤집어씌우고, 광란을 일으켜 처형하는 문화대혁명 사태...
무엇보다 리더라는 사람이 국민 대다수가 굶어 죽는데 그것을 안타까워하며 어떻게든 사람들을 구하려 노력하기보다,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고, 권력만을 탐하면서 자기는 무조건 옳고 잘못 없다고 우기는 것이 엽기적이었습니다.
모든 권력을 집중시켜 놓고, 경제를 전혀 모르면서 오로지 정치적 이상만을 내세운 잘못된 판단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수 천 만명이 죽어나가는 큰 문제가 벌어지자 해결책도 없고, 오로지 남의 탓만하면서 권력은 꽉 쥐고 있으려 하는 것,
그게 당시 중국을 이끌던 리더가 보여 준 국가 운영방식의 본질이어서...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6.25에 대한 개전 배경, 그리고 중국 내에서 바라보는 6.25 전쟁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애당초 6.25남침을 허용해 달라고 소련의 스탈린을 찾아가서 애걸하는 김일성의 모습이라던지,
전쟁 물자는 공급해 줄 수 있지만 병력은 줄 수 없다고 딱 잘라서 지원 방식에 선을 그은 스탈린,
6.25에 중국공산당의 참전이 논의되기 훨씬 이전에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을 예언한 린뱌오(임표) 장군,
중국공산당 군대를 한반도에 끌고왔던 펑더화이(팽덕회) 사령관이 변변한 물자도 없이 전쟁을 치뤘지만,
가장 앞에 본래 장제스(장개석) 휘하였던 국민당군대에서 항복한 군인들을 내세워 총알받이로 삼고
그 후 포위 섬멸작전을 벌이면서 미국과 UN연합군에 대하여 효과적으로 전투를 지뤄나간 과정,
인해전술로 국민당 항복 군인들이 희생당하는 것에 무감각했던 마오쩌둥(모택동)의 사고방식...
스탈린이 6.25 전쟁에서 중국과 미국이 서로 전력을 소모하는 것을 즐기며 휴전협상을 늦추었고,
결국 스탈린이 갑자기 사망하였기에 6.25의 휴전협상 타결이 가능하였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1970년대 초에 김일성이 다시 한 번 전쟁을 치르도록 도와달라고 중국과 소련에 요청하였는데,
대약진 운동의 후유증과 문화대혁명으로 온 나라가 아수라장이었던 중국은 북한을 도울 여력이 없었고,
소련 역시 흐루시초프와 그의 후계자들이 거절하면서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중국공산당지도부 대다수는 6.25 참전에 대하여 매우 회의적이었고 도박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참전을 밀어부친 마오쩌둥(모택동)은 결과적으로 6.25를 통해 미국을 막아낸 업적을 과시하게 되었다는 것도...
인해전술로 그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도, 결국 한 사람의 위신을 세우는 것이었다는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프랑크 디쾨터의 3부작은 열린책들에서 나왔는데,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이 출판사의 행보도 흥미로왔습니다.
이 곳은 일찍이 [어머니],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무엇을 할 것인가]와 같은 책을 잇달아 출간하였고,
러시아-소련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을 가장 먼저 번역 소개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소련의 치욕적인 과실을 폭로하는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를 완역하여 소개하기도 하였고,
공산독재를 디스토피아로 묘사한 자먀찐의 [우리들]이나 스뜨루가츠키 형제의 [종말전 10억년]을 펴냈으며,
중국의 현대사가 공산당 지도부의 과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고 고통을 주었는지 세밀하게 다루는
프랑크 디쾨터의 [중국 현대사 3부작]같은 책을 펴 내면서 진진하게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고,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좋은 책을 수 십 년 간 꾸준히 펴낸다는 것이 대단해 보입니다.
편집도 잘 되어 있었고, 오탈자도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요즘 오탈자 없이 나오는 책 드문데, 이런 게 실력이겠죠.
추천 !
디쾨터 비판도 많이 받는 사람이야. 필립 쇼트의 디쾨터 비판 글도 찾아서 읽어봐.
ㅇㅈ
열린책들 문학은 가리지 않고 다 내고 비문학은 우파쪽이 많은 거 같던데 더글러스 머리 책이라든가
오 재밌겠다